글짓기
대상 호국원 가는 길

외할아버지 기일 날,
우리 가족은 사과, 배, 떡 등을 가지고 성묘 길에 올랐다.
우리는 외할아버지를 뵈러 항상 임실 호국원에 간다.
늘 가는 임실 호국원이었지만 호국원의 뜻조차 모르고 있던 나는 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 그런데 외할아버지께서 왜 호국원에 계세요?”
“외할아버지께서는 월남에 두 번이나 다녀오셨단다. 그래서 국가 유공자가 되셔서 호국원에 묻히신 거지. 호국원에는 우리나라를

지키려고 애를 쓰시다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많이 계신단다. 이번에 가서 더 자세히 봐보렴.”
“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대단한 분이셨구나. 월남 참전을 두 번이나 하시고...”
그제야 나는 비로소 호국원이 어떤 곳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할머니께 한 내 질문을 시작으로, 고요하던차 안이 갑자기 군대 이야기로 시끌벅적 해졌다.
우리 아빠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4대 독자여서 단기사병으로 갔다 올 수 있었는데, 아버지가 몰래 현역으로 자원입대 신청을 하시는 바람에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어. 학교 갔다 오니까 병역 통지서가 와 있는 거야. 깜짝 놀라서 이틀이나 집에 안 들어갔어.”
“진짜요? 그런데 아빠, 할아버지께서는 왜 자원입대 신청을 하셨어요?”
내 질문에 아빠께서 대답해 주셨다.
“할아버지께서는 3대 독자이셔서 짧게 군 생활을 하셨는데, 아들은 꼭 현역을 보내고 싶으셨대.”

그리고 아빠는 군대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숲속에서 훈련을 하시는 바람에 허벅지에 상처가 생긴 일, 사격 연습 하다가

과녁에 잘못 맞춰서 혼난 일, 태권도 조교를 하면서 병사들 훈련시킨 일 등이다.
힘든 일도 많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웃긴 일은 성탄절 날 벌어진 일이다. 연극을 하는데, 아빠께서는 바위 역할을

맡으셨단다. 그런데 뒤집어쓴 천 속에서 그만 잠이 들어서 연극이 끝나고도 한 시간 동안 강당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아빠의 연극사건에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 군대 생활 많이 힘드셨어요?”
나의 질문에 아빠께서 대답하셨다.
“아무래도 나라를 지키는 훈련이니까 힘들긴 하지. 하지만 남자라면 군대 한번은 갔다 와야지, 외할아버지께서는 전쟁터를 두 번이나

갔다 오셨다는데, 아빠는 명함도 못 내밀지.” 아빠 같은 군인아저씨들이 우리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안심이 되었다.

재미있는 군대 이야기를 듣다보니 벌써 임실 호국원에 도착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위쪽에 자리를 잡고 계셔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말

많은 비석들이 보였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비석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6·25, 월남전쟁에서 희생되신 군인 아저씨들과 경찰 아저씨들도 의외로 많았다.
넓고 커다랗게 자리 잡은 비석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음식을 차려 놓고 외할아버지께 절을 했다.

새삼 이곳에 모셔진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활짝 핀 철쭉 꽃내음을 맡으며 나는 생각했다.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할아버지처럼 우리나라를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평화를 누리고 있어요.

우리들도 커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사랑하며 지키겠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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