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동상 막대기 두 개

“튱! 숑! (충성!)” 갑자기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휴대폰 게임을 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강아지 멍구가 짖어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방문을 열고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거실에는 시커먼 옷을 입은 덩치 큰 사람이 서 있었다. 멍구는 그 사람을 보고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신고합니다. 일병 강인한은 휴가를 명받아….” 강.인.한?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앗! 서울 큰아빠 아들, 그러니까 나와는 사촌이다. 작년에 군대 갔다던데 휴가를 받아 인사하러 왔나 보다. 아빠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사촌 형과 악수를 했다.

 

“고생 많았지? 어디 있다고 그랬지? 강원도였던가?” 아빠는 사촌 형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가 보다. 군화를 벗고 있는 형에게 기관총처럼 질문을 쏟았다.

몇십 년 동안 헤어졌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것처럼 들떠있는 아빠를 보니 신기했다.

“참 내 정신 좀 봐. 아직 신발도 안 벗었는데. 자, 자. 거실로 들어가자.” 거실의 밝은 불빛 아래에서 보니 사촌 형의 모습이 또렷했다.

깍두기처럼 짧게 깎은 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 육체미 선수처럼 벌어진 어깨. 작년 추석 때 서울 큰집에 갔을 때 만났던 형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 작년에 형은 폐인처럼 보였다. 군데군데 노란 물로 염색한 치렁치렁한 머리. 튀 어나온 똥배, 수염도 까칠까칠, 행동도 나무늘보처럼 느리고 담배냄새에 절어 있었다. 마치 노숙자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

 

“형! 그 많던 뱃살은 어떻게 했어? 뱃살이 없어지니까 형 몸이 반절로 줄어든 것 같아.” 형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나라를 지키려면 뚱뚱해서는 힘들지. 그래서 훈련하면서 모두 근육으로 만들었지. 자, 만져봐.” 형은 굵은 알통이 박힌 팔을 내밀었다. 얼굴도 구릿빛인데 알통까지 생기다니 형의 배에는 식스팩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 튼튼한 팔로 총을 들고 휴전선을 지키는 형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형! 군데에 가면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 많이 배워?” “물론이지. 그런데 군대는 전쟁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있는 거야. 대한민국 군인이 튼튼하게 나라를 지키니까 북한이 침범하지 못하잖아. 그리고 군인은 싸움만 연습하는 것은 아니야.” “그래? 다른 일도 해?” “이번 겨울에 강원도에 눈 많이 왔었지? 그때 우리 부대는 외딴 마을에 가서 눈을 치웠어. 지붕 위, 도로 위의 눈을 치워 국민들을 도왔지. 마을 어른들이 정말로 고마워하셨단다.

 

” 아! 그렇구나. 군인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지. 그러니까 국민들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달려가는구나. 나는 군인이 싸움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언제나 군인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제일 앞자리에 서 있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일제시대의 독립군, 한국전쟁 때 군인들. 이분들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구나. 갑자기 형에게 감사의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형은 군대가 좋아? 언제까지 군대에 있을 거야?” “보람이 많지. 내가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보람 말이야. 지운이도 크면 나보다 더 멋지고 씩씩한 군인이 될 것 같은데.”

“그래? 정말이야? 형! 나 이 모자 한 번 써 봐도 돼?” 나는 형의 군인 모자를 쓰고 거울 앞에 섰다. 갑자기 내가 쑥쑥 커진 것 같았다.

아이언 맨의 복장은 아니지만,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었다. 모자에 그려진 막대기 두 개가 갑자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형! 막대기가 세 개, 네 개 될 때도 우리 집에 와서 군대 이야기 꼭 해줘야 해!” 형은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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