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님들, 건강히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올해 전역 10년 차가 된 민간인(?)입니다.(남자라 미안해요)
사회에 나와 일하며 우연히 감사편지 캠페인을 접해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네요.
후배님들, 군 생활 많이 힘드시죠?
학교를 다니다 혹은 직장을 다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것들을 내려놔야만 했던 고뇌의 순간을 지나, 착실히 복무하고 계신 후배님들이 저는 존경스럽습니다.
저 또한 복무를 마치고 다시 사회로 나가며 제가 내려놓았던 것들이 제 것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나는 정말 가진 게 없는 사람임을 다시 깨달았던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후배님!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안보 국가대표로서, 군인으로서의 소임을 다 해주고 계셔서 고맙습니다. 고된 야간 근무와 훈련, 그리고 후배님들이 겪고 계실 인내의 시간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인간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덕에 지구에 사는 생명들이 거의 같은 중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안이든 밖이든 같은 중력 하에 같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전역의 날도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올 겁니다.
군 복무기간 단축 뉴스를 보며 ‘조금 천천히 올걸’ 하고 후회하지 마세요. 늦었습니다. 어차피 전역하면 군 입대하는 또 다른 후배들과 휴가 나온 군인들을 보며 ‘나는 갔다 왔는데’하고 웃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이 편지가 후배님께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후배님!
다치지 말고 항상 건강하세요!
평생 볼 것 같은 선임들의 무서운 눈빛과 말투에 마음 다치지도 마세요!
전역하면 진짜 안 봐요. 안 마주쳐요. 걱정마요.
그러니 군 생활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무탈히 복무하시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역할 때 군복에 휘장 너무 많이 달지 마세요. 예비군 가면 창피해요. 중·고등학교 때 연애편지 써봤죠? 다 커서 읽는 느낌이에요. 주변에서도 웃어요. 오버로크는 이름, 부대 마크, 대대 표시 정도로 마무리하세요. 이건 꿀팁이니 꼭 기억하시고, 먼저 전역하는 선임들이 그런거 달면 속으로 비웃어주세요. 어차피 나가면 예비군 때 입다 버릴 군복에다 괜한 돈 쓰지 마시고 P.X에서 부모님 효도 차 홍삼진액이나 여자친구 화장품 선물이나 사 가세요. 사회 나가면 그 가격에 못 사요.
그럼, 수고하시고 남은 군 생활 힘내서 마무리까지 잘 해주세요.
다시 한 번 국가와 국민을 위한 후배님의 희생을 존경한다는 말씀드리며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