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등학교 이후로 이렇게 알지 못하는 군인에게 위문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네요.ㅎㅎ 그때는 당연히 군인 아저씨라고 불렀는데 제가 그 나이가 되고 나서야 그들이 얼마나 어린 청년이었는지 알게 됐죠. 저만해도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청년보다는 강산이 변하는 걸 꼬박 한 번은 넘게 봤을 테니까요.
많이 힘들죠? 여기저기 눈치 보느라 힘들고 일도 고되고 단체생활이 만만치 않을거예요. 그래도 국방의 시계는 간다는데 이놈의 시간이 정말 흐르고 있는지 모르겠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무슨 말을 해도 크게 위로가 되진 않을 것 같아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그래도 정말 가긴 가더군요.
의무로 가는 고된 군대 생활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나이에 저도 하기 싫었던 공부를 하러 외국에 갔던 적이 있어요.
말도 안 통해서 공부는 하기 싫고 시간이 지나도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는커녕 향수병만 커지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 자주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정말 시간이 안 간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간이 가긴 가나, 이곳에서 이렇게나 힘든데, 밝았던 성격마저 부정적으로 변해가는데 스펙을 쌓는다고 이게 내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일까 고민이 많았죠. 공부가 끝나자마자 이 나라에 다시는 올 일 없을 거라며 바로 짐을 싸서 귀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시간이 많이 흐르니 그때 좋았던 기억도 떠오르고 한 번쯤 다시 가서 생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ㅋㅋ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반드시 가고 사람의 기억은 미화를 잘해서, 시간이란 양념이 더해지면 고통스러웠던 시간 속에서도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추억으로 꺼낸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많이 힘들겠지만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지 말고 휴가 같은 즐거운 일을 생각하며 버텨주길 바라요.
올여름 이례적인이례적인 더위에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시간은 가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곧 겨울이 오고 내년이 오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청년에게도 봄이 찾아오겠죠. 그날까지 힘내시기 바랍니다!
참, 전역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군대에서 시간 날 때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해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때,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라를 지켜주셔서 고맙고 참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건강하게 군 생활 잘 마쳤으면 좋겠네요.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막냇동생 같은 청년의 군 생활도, 전역한 뒤 펼쳐질 아름다운 미래도 응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