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스파게티 또는 피자이겠지요.(피자는 핏짜로 읽어야 유식하다는 얘기 듣게 됩니다. 이탈리아어는 짜, 또, 꼬 등 되게 발음해야 원음에 가깝지만 외국어 표기규칙을 따라 차, 토, 코 등으로 쓰게 됨을 양해바랍니다)
결국 이 두 음식을 소개하기 위한 글이 되겠습니다만, 처음 이 연재를 시작할 때도 말씀드렸던 ‘음식,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는 저의 지론에 따라 이탈리아 음식문화부터 언급하겠습니다.




이탈리아는 국가 통일이 19세기 후반에 이루어질 정도로 지방색이 강한 나라입니다. 지금도 남의 나폴리 쪽과 북의 밀라노 쪽은 사이가 별로라는데요. 그러다 보니 음식도 “이탈리아요리는 없고 향토요리뿐이다”라는 말이 생길 만큼 향토음식이 발달해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요리 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요리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처럼 반도국가이다 보니 해산물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북부, 남부, 중부 할 것 없이 해산물 요리가 발달돼있고 여기에다 지중해기후가 지배하는 남부의 올리브나 포도, 토마토 등을 이용한 요리, 북부 알프스 산간지방의 산간요리, 전국적으로 목축이 성하다보니 소, 양 등의 육류와 버터, 치즈 등 목축의 부산물이 요리의 주재료가 됩니다.

북부여행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프랑스와의 국경 산간지방인 토리노를 중심으로 한 피에몬테 지방의 버섯요리, 항구도시 제노바의 해산물요리가 유명한 리그리아 지방, 밀라노의 비프커틀릿으로 알아주는 롬바르디아 지방, 어패류 요리가 발달한 베네치아(전 어쩐지 베니스가 더 정감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여기서 먹었던 스파게티 맛, 해물이 듬뿍 들어있어 지금도 군침돌게 하는군요)를 중심으로 한 베네토 주 등이 북부입니다. 쌀로 하는 요리도 발달되어 있으며 버터를 이용한 크림 소스가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부요리는 맛이 진하고 감칠맛이 강한 소스를 많이 쓰는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티본스테이크가 유명한 피렌체를 둘러싼 토스카나 지방이 있고요, 카르보나라 파스타로 알아주는 로마 중심의 라치오 지방은 새끼양, 내장 등을 이용한 육류 요리가 유명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참 가고싶어 하는 이탈리아 남부는 지중해 특유의 자연조건으로 인해 음식문화가 가장 발달된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올리브기름과 토마토, 파스타를 이용한 요리가 풍부합니다. 한국사람 입맛에도 가장 맞는 편이지요. 시칠리아지방은 파스타를 육지로 전해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게 한 곳으로 이탈리아 요리의 고향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또, 피자의 본고장인 나폴리와 카프리 섬 등이 중심인 캄파니아 지방이 남부에 해당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음식문화, 또는 예절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다섯 번의 식사를 합니다.
먼저 아침식사는 콜라지오네(colazione)라고 하는데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정도로 때웁니다. 빵 한 조각을 곁들이기도 하고요. 오전 11시쯤 스푼티노(spuntino)를 하는데, 간식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간식으로 가져간 빵을 먹고 직장인들도 바에 나가 간단하게 빵과 커피를 마시게 되지요. 점심식사는 프란조(pranzo)라고 하는데 아시죠, 라틴문화권에는 시에스타가 있는 것. 느긋하게 밥 먹고 한숨 자는 시간 말이에요. 대개 오후1시부터 4시까지 해당되죠. 집에 가서 정찬을 즐겨야 하지만 요즘 직장생활이 어디 그렇게 되나요. 대개 회사근처에서 간단히 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에스타가 끝난 뒤 오후 5시쯤이면 메렌다(merenda)라 해서 거리 피자집에서 피자를 먹거나 집에서 구운 케익과 커피를 마십니다. 그리고는 하루의 마무리를 짓는 저녁식사 체나(cena)가 돌아옵니다. 대개 7시 반쯤 오후 일과가 끝나면 체나는 8시 반 전후해서 시작합니다. 온 가족이 모여 만찬을 즐기게 됩니다. 물론 와인은 빠질 수 없고요. 정찬에 대해서는 <표>로 따로 정리했으므로 참고하시고, 꼭 하나만 기억해두십시오. 소금이나 후추통은 절대로 건네달라고 하지 마세요.
미신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직접 자신이 가져와서 뿌려야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답니다.



이제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파스타와 피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왜 스파게티가 아니고 파스타냐고요.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파스타, 그것 별것 아닙니다. 밀가루 반죽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어원 자체가 반죽이란 뜻의 임파스타레(impastare) 이며 밀가루를 물과 반죽한 모든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래서 피자도 파스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죠. 파스타의 유래를 이야기하자면 길어지기 때문에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국수를 이탈리아에 전한 것이 기원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파스타의 종류만 알면 스파게티의 정체는 금방 드러납니다. 파스타는 길이와 모양에 따라 이름이 구별됩니다. 대충 150가지 정도 된답니다.
파스타는 생파스타, 건조파스타로 나누기도 하고, 모양에 따라 롱파스타와 숏파스타로 구분하기도 하지요. 길이와 모양에 따른 파스타 종류를 일부분만 열거해보겠습니다.

길이가 긴 파스타

탈리아텔레(tagliatelle), 페투치네(fettuccine), 라자녜테(lasagnette), 스파게티(spaghetti), 파파델레(pappardelle), 링귀네(linguine)

길고 가운데 구멍이 있는 파스타, 또는 꼬인 파스타

부카티니(bucatini), 토르칠리오니(torciglioni), 푸실리(fusilli), 마카로니(maccheronii),

길고 가는 파스타

탈리에리니(taglierini), 탈리아텔리네(tagliatelline), 카펠리 단젤로(capelli d’angelo)

길이가 짧은 파스타

마카로니(maccheronii), 리가토니(rigatoni), 펜네(penne), 루마카(lumache), 키치올레(chicciole)

짧고 납작한 파스타

라자냐(lasagne), 파르팔레(farfalle), 라자녜테

아주 짧은 파스타

세다니니(sedanini), 피페테(pipette), 그라미냐(gramigna), 디탈리니(ditalini)

잠시 이탈리아어 공부하고 가겠습니다. 위의 이름들은 모두 복수형인데요, 그 단수형은 끝이 e이면 a, 끝이 i이면 o 또는 e로 알고 계세요. 또한 뒤에 어미가 _ine, _ini, _ette 등인 것은 모두 ‘작은’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_one라는 어미가 붙은 단어들은 ‘큰’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는 ‘가는 국수’라는 뜻인데 스파게티니 하면 ‘아주 가는 국수’라는 뜻이 되겠지요.

파스타는 소스와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주로 국수 모양의 스파게티를 많이 먹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펜네같은 숏파스타를 더 선호합니다. 삶기도 편하고 소스도 잘 묻어나 먹기가 간편하기 때문이지요. 대체로 길고 가는 면 종류의 파스타에는 가볍고 묽은 소스, 길고 굵은 면 종류는 걸죽한 소스, 짧고 모양이 있는 종류는 건더기가 많은 소스를 주로 씁니다.
파스타와 소스의 궁합을 역시 최소한의 것만 소개할게요. 길이가 긴 파스타에는 일반 고기와 내장 등을 사용한 미트 소스, 야채 소스, 토마토소스, 해산물 소스, 허브 소스 등이 궁합이 맞습니다. 길이가 길고 가운데 구멍이 있는 파스타 또는 꼬인 파스타에는 토마토 소스에 피망, 가지, 버섯, 올리브, 양파, 호박 등의 야채를 넣은 소스를 쓰고 길이가 길고 가는 파스타에는 치즈나 버터, 계란 등을 사용한 흰색 소스가 제격이죠. 길이가 짧은 파스타에는 돼지고기나 닭고기, 소고기 등과 버섯을 넣은 미트 소스나 스튜타입 소스를 쓰고 짧고 납작한 파스타에는 생크림이나 치즈를 사용한 크림타입의 소스가 알맞습니다. 아주 짧은 파스타에는 완두콩 따위의 콩류와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쓰며 계란을 넣어 반죽한 길이가 긴 생파스타에는 산토끼나 오리 같은 사냥한 동물의 고기로 만든 소스가 어울리죠. 계란을 넣고 반죽한 폭이 넓은 생파스타(라자냐)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버섯이 들어간 미트소스나 버섯을 넣은 토마토 소스라면 금상첨화겠죠.

간단하게 파스타 먹는 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숟가락처럼 생긴 파스타용 포크나 없으면 보통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소스를 듬뿍 묻혀서 드시면 끝!! 치즈가루를 뿌려가면서 먹으면 더 맛있고요. 그러나 해산물 파스타에는 뿌리지 마세요. 강한 치즈향에 해산물의 향이 죽는다고 꺼린답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말 때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꽝 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믿는답니다.
이제 피자 먹으러 가볼까요. 시내 나가보면 피자리아(pizzeria)라고 붙어있는 상표 봤죠. 피자 파는 가게 또는 집이란 의미입니다. 하나 더, 피자 만드는 사람은 피자욜로(pizzaiolo)라고 합니다.
피자 종류를 약간만 보여드리겠습니다.

마르가리타 피자’는 피자판 위에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물소젖으로 만든 치즈)만을 올리고 향신료인 바질을 뿌려서 만든 피자입니다. 19세기말경 마르가리타 여왕이 당시 서민음식이었던 피자가 먹고싶어 요리사를 불러 만들게 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제일 간단명료한 피자로 피자의 기본으로 여겨집니다. ‘푼기 피자’는 버섯피자인데 주로 양송이버섯을 말하죠. ‘페페로니 피자’는 피망을 얹은 피자, 조개류를 얹은 ‘카프리치오자 피자’, 어부의 그물처럼 각종 해산물을 얹은 ‘파세카토레 피자’, 토마토와 모차렐라, 앤초비(소금에 절인 작은 생선)를 올린 나폴리식의 ‘나폴리타나 피자’, 바다란 뜻의 ‘마리나라 피자’, 피자를 네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의 부분에 다른 재료를 올려 4계절을 맛보게 한다는 ‘콰트로 스타지오네 피자’, 피자판을 반으로 접어 그 안에 모차렐라와 토마토소스, 생햄 등을 넣은 ‘카르초네’ 등등등.......이밖에도 피자 위에 얹는 재료인 토핑을 뭘 올리느냐에 따라 수없이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피자의 유래는 옛날 나폴리에 모레툼(moretum)이라는 빵이 있었는데 피자는 이 모레툼에서 응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모레툼은 납작한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구워낸 것으로 올리브와 식초에 담근 생양파와 곁들여 먹는 음식이었죠. 그러다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토마토가 건너오고 나서 18세기에 토마토소스 피자가 보편화됐고 그밖에도 마늘과, 올리브, 모차렐라, 소금과 앤초비 등이 토핑에 사용됐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이민들에 의해 미국의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아 오늘날 한국에는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 미국식 피자가 퍼졌습니다.

이탈리아 피자는 빵이 얇고 토핑이 단순한데 반해 미국식 피자는 빵이 두껍고 토핑이 화려하죠. 피자가 가장 맛있으려면 돌화덕에서 300~500도의 고열에 2~3분 순간적으로 구워내야 바삭바삭 가장 맛있어진답니다. 물론 여기에는 잘 된 반죽, 좋은 돌로 만든 화덕(이탈리아 사람들은 베수비오 화산의 돌화덕을 최고로 치지요), 연기냄새가 좋은 장작 등이 갖춰져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가정용 오븐에서 피자 맛이 안 나는 이유 이제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