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간 곳은 단연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였다. 수없이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랬기에 그 당시 엔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던 그 전경이 내 눈 앞에 펼쳐졌을때 그 특별한 느낌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보는 순간 감동의 눈물이 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었고 황홀하다는 단어로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실망감을 안고 온다기에 남들은 나의 이런 반응에 놀란다. 사람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삶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개개인의 삶을 좌우하고 그러한 각자의 개성 있는 삶을 조화롭게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 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멜버른에서의 가늠할 수 없었던 날씨, 여름과 겨울을 반복하는 듯한 변덕스러운 날씨, 비바람으로 인한 강추위에 몸을 움츠리 며 번화한 시내 구경을 할 때는 심지어 고독감을 느끼기도 했다. 미처 두꺼운 옷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이미 소용없었고 임시방편으로 머플러를 사서 나의 허전한 목에 두르니 온몸을 감싸고 있던 한기가 사라졌다. 훈훈해진 기운에 마냥 좋아서 길 한복판에서 뿌듯하게 미소 짓던 나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5달러 머플러의 든든함은 외로운 여행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머플러가 나에게는 특별한 가치를 주었듯이 소소한 인간의 정이 있기에 사람들은 인간 본연의 고독감을 극복하고 가슴속에 따스한 기운을 품고 살아 나갈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