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도 산모의 고통을 아는 듯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예정일이 다가오자 대구 친정으로 내려갔다.병원도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다니고, 친정어머니랑 산책도 자주 하면서 분만의 준비를 해나갔다.
드디어 우리 어여쁜 아기 천사를 보는 날, 자연분만을 시도했으나, 예정일을 열흘이나 넘긴 터라 아기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와 신랑은 힘드니까 그냥 수술을 받는 것이 낫겠다고 그렇게 하자고 하셨다.
수술 후, 마취가 풀릴 때 고통은 너무나 심하였다. 몇 시간 동안의 고통에서 벗어나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아무것도 입에 댈 수가 없었고, 몸에 힘이 풀려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2~3일이 지나 밥을 먹어도 된다는 의사의 허락이 있었으나, 여전히 밥은 커녕 죽도 입에 대기가 힘들었고, 겨우 물이나 우유만 먹고 몸을 지탱할 뿐이었다.
밤이 되면 더 힘들었다. 체온이 올라가서 그런지 더위를 참지 못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여름도 아니었건만....
새벽 2~3시까지 병실 침대에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지속되었다. 잠을 자고 싶으나, 잘 수 없는 것이 이리도 힘든 것이지 처음으로 알았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새삼 그런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그동안 편안하게 누우면 바로 잠들었던 내 자신이 너무나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면증도 중병이구나...
자세를 조금만 바꾸어도 배와 허리부분에 통증이 아려왔다. 물론 통증이 느껴지는 것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보단 잠을 푹 잘 수 없는 것이 더 힘겨웠다. 창가 쪽으로 머리를 돌려 누웠다. 20분정도 지났을까. 온몸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반대방향으로 자세를 바꿔서 누웠다. 머리가 휑하니 비는 듯한 느낌이 들고, 체온이 또다시 상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침대 옆에서는 친정어머니가 주무시고 계셨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엄마도 나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하실텐데, 내가 자꾸 뒤척이면 잠을 깨실지도 모르잖아.”
베개를 들고 조용히 병실 밖을 나왔다. 입원실 복도에는 기다란 쇼파가 몇 개 있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카운터에 있던 입원실 간호사도 밤이 깊어 빈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는지 보이질 않았다.“ 간호사들도 밤에 교대로 일하면 참 힘들겠다.”생각하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흐뭇해 하면서 쇼파에 앉아 있었다. 산후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바람을 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수차례 들어오던 터였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시원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고, 잠깐이라도 더위의 고통에서 벗어나 편하게 잠들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쇼파에 누워 갖고 나온 베개를 벼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잠이 절로 오는 듯 하였다. 한참 뒤 눈을 떴을 때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잠든 지 3시간 남짓 지난 뒤였다.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쐰 탓인지 조금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춥진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병실에서 사람이 한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쇼파에서 잠든 것이 민망하여 병실에 들어 가려고 일어섰다.
그 순간 몸에서 뭔가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이불이었다.‘ 어, 이거 누가 덮어주고 간 거지...’
엄마가 주무시다가 잠깐 나오셔서 덮어주셨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병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주무시다가 내가 들어오는걸 보시고는 깜짝 놀라시면서“복도 쇼파에서 잔거야? 큰일 나려고 그러냐? 힘들어도 참아야지, 한순간을 못 이기고 그러냐? ”하시면서 혼내셨다.“ 이불은 엄마가 덮어준 거 아냐? ”했더니,“ 난 니가 쇼파에서 자는 줄도 몰랐다. 알았으면 바로 데리고 들어왔겠지.”하시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