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일각엔 아직도 힘있고 돈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편법으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 청년처럼 굳이 먼 이국 땅에서 어렵사리 취득한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에 자원 입대한다거나, 질병으로 면제판정을 받은 병역면제자가 병을 치유하면서까지 군에 가겠다고 나서는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젊은이들 속에서 우리는 내일의 희망을 보게 된다.

그 청년은 장래의 희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목회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과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기초부터 단단하게 다져 가는 믿음직한 젊은이다. 한편으론 자신의 지위에 걸맞은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젊은 나이에 가질 수 있었음이 대견해 보였다.

일전에 모 기관에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사회지도층이란 말을 들으면 뭐가 생각나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대부분이 탈세, 뇌물수수, 병역비리, 과소비, 입시부정 등 갖가지 범죄와 파렴치 행위를 떠올리게 된다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지도층이 그 격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병역비리사건에 연루돼 재신체검사 통지서를 받은 일부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경우, 병역취소처분에 승복할 수 없다며 줄줄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우리사회 지도층의 현주소를 짐작케 한다.
이것은 우리사회에선 "사회지도층"이란 용어의 의미가 '지도(指導)'='바르고 옳다고 믿는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이끌어 줌'의 뜻보다는 '온갖 특혜와 특권을 누리는 아주 특수한 계층'이라는 의미로 잘못 인식 되어있는 탓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 한 예로 지난 1982년 포클랜드 전쟁당시 영국의 앤드류왕자가 해군 헬기조종사로 직접 전투에 참여한 것이 우리에게는 이색적으로 비춰졌지만, 정작 영국인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음만 봐도 인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읽을 수 있다.

필자가 육군사관학교 생도시절,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두 가지의 생활신조를 교육받은 기억이 있다. 바로 학교에 대한 명예와 나라에 대한 충성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강조하고 주지시켰어야할 한가지가 빠져 있음을 요즘에야 깨닫는다. 국민에 대한 봉사와 전체를 생각하는 희생정신이 그것. 이것은 비단 육사생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보다 더 많은 혜택과 부를 누리는 우리사회의 지도층이 당연히 가져야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귀한 신분을 사회로부터 보장받는 대신 거기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국민과 국가 앞에 진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을 가져야 진정한 의미의 사회지도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記念辭/廳 創設 31週年에 즈음하여
새로운 兵務人으로 국민앞에 거듭납시다

2001년 병무청장 최 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