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이 지나서인지 퇴근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금새 어두운 것이, 바야흐로 가을에
접어든 모양이다 . 밤이 길어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것. 이런 때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꺼리가 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물어온다면 백명이면 백가지, 천명이면
천가지의 답이 나올만한 질문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 때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오늘 하루하루가 얼마나 많은 기회이며 인생에서의 기점인지... 이
시간이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저마다 다른 업무스타일이
있듯,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주관과 자유는 보장된다. 절대적인 기준치가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경계인지 판단하는 문제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그것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의 대전제는 책임이어야 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직장선배들의
말을 빌리자면 "전임자를 잘 만나야 한다"라는 말이 있단다.
항상 업무능력의 평가는 그 이후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유의 범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 속에서 성립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자기를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다. 나를 구속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
나에게 우연히 아주 좋은 기회가 왔다고 하자. 그 기회를 잡으려고 했지만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부족해서 놓쳐버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자유라 한다면, 언제
어디서고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주저없이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또한 자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능력을 키우면서 함께 정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줏대를 세우는 일이다.
자신의 주장을 만드는 것을 나는 또 하나의 자유라 생각한다.
생각의 주체로 서는 것은 신체적인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옛날 노예들이
싸워왔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사고의 문을 열어놓고 아기의
뇌처럼 무엇이든 스폰지처럼 흡수할 수 있어야하고 다음은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도덕교과서처럼 느껴져 지루하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관념적인 것은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의 얘기 듣기 싫어하고 우유부단하여 답답한 사람. 내 주장이 없으면
그 사람이 바로 나일지도 모를 일이다.
자유의 범위는 광범위하고 개성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전체 조직속에서 최소한의
교집합을 형성하기 위한 서로의 배려와 관심이 있는 곳이야말로 생명력있는 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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