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는 낯선곳으로의 끊임없는 동경과 유혹이 있다.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이라는 시가 널리 읽히는
것을 봐도.... 집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고 싶은 현실적인 욕구로 농림부를 떠나 병무청에 온 지 한달반이
되었다. 사실 종이로 발령나고 몸이 옮겨오면 그만이지만 3년반 동안 몸담았던 곳을 그냥 쉽게 떠나오지는 못하는
법, 이 좋은 사람들을 어찌 두고 떠날까 하는 아쉬움, 새로운 생활에 생뎅이로 어찌 적응할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와서 보니 업무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선배님들과 동료분들이 있어 안심이 많이 되었다.
또한 사람사는 곳에는 어디나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업무는 예전에 하던 업무와 너무 달랐다. 용어도 생소하고 처음 자리배정 받자마자 울려대는 민원인의
전화에 규정 찾아가며, 옆 사람에게 물어가며 답변을 해주면서 정말 처음부터 하나 하나 익혀나가야 했다. 또한
밖에서 생각하던 병무행정과 안에서 직접하는 병무행정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생각으로는 그냥 병무 규정대로만
딱 분류해서 처리하면 될 것 같은데 의무자 개개인의 처한 상황이 조금씩 다 달랐다. 그 짜여져 있는 규정과
각양각색의 개인의 상황사이에서 병무청 선배님들은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나에게 병무청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대학시절 군대를 사회의 필요악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군대로 젊은이들을 보내는 곳이니 솔직히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국가적 입장에서
국민의 의무로서 신성시 되는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다면 최소한 그 방법이나 시기는 의무자에게
이롭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 이로운 일을 해야 하는 기관이 우리 병무청이 아닐까?
어느 집이나 군대와 관계가 없는 집이 없다. 아버지가, 아들이, 형이, 오빠가, 남동생이, 사랑하는 애인이
군대에 가야하고 갔다왔을 것이다.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입장을 바꾸어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안타까운 사정이 있을 경우 그 방법을 같이
모색해 본다면 더 이상 병무청이, 우리나라 군대가 부정적인 이미지로만은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 한편에서는 모병제로의 주장이 일고 있는 이 때 내가 받는 민원인의 전화 한통으로, 내가 처리하는
한명의 자원으로 병무청을,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징병제까지 평가받는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이 가을 출근길에 병무청에 새로 온 일원으로서 책임과 긍지를 느끼며 병무청 정문 문턱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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