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 한 두 번 간부회의에 참석하거나 직접 대면 결재를 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직원들과 일반인들에게 있어 한 조직의 기관장은 “넓은 사무실을 혼자서 사용하고 큰 책상과 높은 의자에 앉아 아랫사람이 정리해 올린 서류를 결재하고 잘못된 일처리에 대해 질책이나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기가 쉽다.

물론 국정감사나 행정과 관련 민원이나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앞줄에 서서 지탄을 받아야하고, 가장 무거운 책임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도 있다.
그러나 하는 일보다는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더 많아 보여 보통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회의시간에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행사가 있을 땐 가장 높은 곳에 앉을 수 있는 특권, 그뿐인가 그 앞에서는 누구든 고개를 숙여야한다.
때문에 가끔씩 검은 새단에서 미끄러지듯 내리는 모습을 보며 한순간이라도 부러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그렇게 높고 편하기만 한 자리일까.
11월 21일 오후 8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k-tv를 통해 방송된 윤규혁 병무청장의 24시를 담은 다큐멘터리 [변화와 혁신의 선봉장, 병무청 윤규혁 청장]을 보며 한 조직의 기관장이란 위치가 얼마나 고단함과 무한대의 체력을 요구하는 자리인 지 느낀다.
무엇보다 전국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체력과 건강은 기관장이 갖추어야 할 제일의 요소임을 알게 된다.
병무행정을 관장하고 1700여 직원들을 지휘하는 행정의 수장으로서 조직 내에서 불거지는 불협화음은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이를 누구보다 빨리 찾아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칭찬과 질책을 조화롭게 하여 1700명 직원 어느 누구도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기관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실제 이날 방송에서 윤규혁 청장은 아침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를 켜고 [청장에게 바란다]와 [혁신메신저]란을 꼼꼼히 읽은 후 혁신 아이디어를 올린 지방청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칭찬하고 더욱 분발해 줄 것을 당부하는가하면,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행정개선스킬대회」에서 상을 받은 민원상담소를 찾아 격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은 청장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간의 피곤이 가시고 새로운 용기가 샘솟는다. 보스가 되는 순간 부여받은 특별한 능력이고 에너지다.

그러나 충무훈련장과 징병검사장 등 일선 행정현장을 직접 찾아 의무자들을 대할 때 청장은 어느 때보다 몸을 낮춘다.

특히 서울지방청 징병검사장은 민원인의 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곳이라 자주 방문하게 된다며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젊은이들을 대견해하며 불편한 점은 없느냐 물어보기도 하고 당신이 직접 체중을 재며 긴장감이 감도는 감사장의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한다.

이를 보며 병역의무를 기꺼이 이행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과 생업을 뒤로하고 고된 훈련을 마다 않는 예비군들이야 말로 우리 행정의 주인이며, 이 때문에 가장 윗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임을 알게 된다.

인사권은 기관장에게 주어진 고유의 권한이며,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기도하다.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으면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정책의 바른 집행도 보장할 수 없다.
때문에 윤 청장이 취임과 동시에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것이 인사제도의 혁신이다.

이날 방송을 통해 윤규혁 청장은 인사와 관련 “승진인사 시 종전 같으면 연공서열 위주로 평가하고 이를 승진에도 반영했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혁신을 활발하게 이끌어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원들의 인사승진제도를 바꾸어 직원들의 잠재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해주고 승진에도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지식경영 특강에서 윤 청장의 혁신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며 방송은 마무리된다.
“혁신이란 국민들의 불편과 부담을 덜어주고, 업무처리과정에서 불필요한 과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면서, 제도나 규정을 내세워 국민의 불편을 외면할 게 아니라 제도나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나간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고 역설한다.

규정대로 법 대로를 무기로 국민의 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못한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되돌아보게 되고, 피곤하게만 생각되던 혁신이 새삼 아주 편안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