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종교적 이유나 개인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 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온정주의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법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예외조치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다.

이에 영향을 받았음인지 일부 법원에서는 병역기피자로 고발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사례가 있고, 이들에 대한 형량도 병역 면제에 해당하는 1년6월로 낮추어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자 종전에는 입영하여 집총을 거부하던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이제는 아예 입영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대학가에서도 반전을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숭고한 병역의무 부과에 장애가 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해 주자는 사람들은 현행 병역법이 이미 다양한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도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체복무제도를 잘못 이해한 결과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일반 대체복무제도는 현역대신 다른 형태로 병역을 수행하는 현역 대체복무제도이나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는 민간역무로 병역을 대신하는 병역대체복무제도로 사실상의 병역 면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반 대체복무자들은 복무전에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전역 후에는 유사시를 대비해 8년간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며,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45세까지 총을 들고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러한 일체의 군사훈련을 면제해 주어야 하므로, 그것은 병역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국토분단이라는 우리의 안보상황과 국민의 법감정이나 정서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이유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기본의무로 되어있는 병역의 의무와,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므로 양자를 조화, 병존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현행 병역법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이 이를 일반국민과 동일하게 취급함으로써 양심의 자유와 실질적 평등을 보장받을 권리가 침해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헌법상 양심의 자유도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고, 더구나 양심의 자유의 행사인 병역거부행위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에 입각하여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일반 국민과 다르게 취급하자는 것은 결국 병역을 거부하는 동기나 원인에 의하여 처벌에 차별을 두자는 것이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 국민을 차별하는 것이 되어 오히려 헌법의 평등원칙에 반하고 법적 안정성도 해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할 경우 인간의 내심에 존재하는 양심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도 설정할 수 없고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역을 기피하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면 국민개병주의에 입각한 징병제가 와해될 우려가 없지 않다. 또한 청소년 인구의 감소로 인한 병역자원의 부족으로 내년부터 당장 대체복무의 감축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병역거부자에게 새로운 대체복무를 인정한다면 군대조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적 교리나 개인적 양심에 따라 살상을 수반하는 병역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살상을 권장하는 종교가 어디에 있겠으며, 제 정신을 가진 사람치고 평화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모든 사람들이 병역을 수행하는데 “나만은 병역의무를 면제시켜 달라”든지 “나는 있어 봐야 국토방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오직 내 한몸 편하고 안전해 보자는 이기심의 발로나 비양심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