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떠올랐다.

"예술가는 하나의 정치적 인물입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격렬하거나 가슴 훈훈한 사건들에 대해 항상 깨어 있으며, 그러한 사건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에 생명력을 키워 주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예술가가 다른사람들 일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습니까? 냉담한 상아탑에 갇혀 다른 사람들이 그리도 풍부히 제공하는 삶을 외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적과 싸우며 공격과 수비를 행하는 전투무기입니다."

장식용 그림을 거부하고 시대의 고통을 대변하고자 했던 20세기 최고의 화가 피카소는 1881년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천부적인 재능은 피카소의 어린시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어보다는 그림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던 그에게 아버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탄생과 함께 따라온 그의 운명은 화가였던 것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준 그림과 다르게 그는 학과 공부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 무슨 생각을 하건 그림이 먼저 떠오르는 피카소에게 수학공식 같은 공부는 어려웠다. 그는 교실보다는 화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화실은 온갖 아름다운 컬러가 가득한 꿈의 산실이었던 것이다.
변해 가는 세상을 알고 싶었던 피카소는 1900년 스페인을 벗어나 파리 몽마르트르에 자리를 잡는다. 파리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미래가 그의 앞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향해 비상을 시작한 피카소는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문인 친구가 많았다. 자신이 타고난 화가였기에 다른 화가와의 교류를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카소는 몇 달 동안 붓을 놓고 희곡을 쓰기도 하고 시를 쓰기도 했는데 <꼬리 잡힌 욕망, 1941> <네 명의 어린 소녀들, 1952>은 이때 쓰여진 작품들이다.
피카소의 화실은 그의 성격과 같이 자유로웠다. 사사로운 물건들로 채워진 그의 화실은 정돈되지 않는 무질서 그 자체였다. 그에게 무질서의 세계는 착상을 떠올리거나 창조를 하는데 질서의 세계보다 더 풍요로운 영역이었다. 무질서는 피카소에게 끝없이 쏟아지는 창조의 샘이었던 것이다.
파리를 떠나 스페인을 다녀온 후 그의 작품은 달라졌다. 자신의 모든 작품의 주조색으로 청색을 택한다. 때문에이 시기를 청색 시대라 부른다. 그는 청색을 통해 스페인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표현하려 했다.

한계가 없는 것이 창작이다. 그는 쉼없이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순간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정상의 자리에 있어서도 완성이 없는 작품 세계는 그를 긴장시켰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천부적인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고정적인 틀을 깨고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보여준 것이다.
청색시대, 장미빛시대, 입체주의, 초현실주의로까지 이어지는 그의 다채로운 작품세계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이 만들어낸 것이다. 절대 꿈을 잃지 않았던 피카소는 사생활에서도 자유로웠다. 새로운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듯이 그에게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영역이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랑으로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그래도 그는 마음속에 욕망을 억제하지 않았다. 피카소에게 사랑은 또 다른 형태의 그림이었던 것이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리는 대상을 한 곳에 두지 않았다. 그가 속해 있는 현실의 비극을 자신의 세계로 표현한다. 화가로서 그는 세계를 뒤흔들었던 20세기 비극적인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피카소는 그 자신의 방법으로 자유를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다. 1936년~1939년 사이에 제작된 <게르니카>는 20세기 최고의 비극적인 작품으로 분노의 외침이자 저항의 상징이다. 마음 속의 태양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창조력도 시간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었다. 피카소는 1973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