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병역취재>그때를아십니까 |
|
'[그때를 아십니까] 동원훈련의 어제와 오늘 '
|
그때를 아십니까
서 보 헌 (서울지방병무청)
|
|
|
커피향 그윽한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커피 한 모금이 긴 상념에 빠지게 하는 나른한 오후.
84년이니까 벌써 16년이 흘렀다. 내가 처음 동원업무를
접한지...그 당시는 동원지정자 명부에서부터 신상이동정리,
훈련소집통지 등 모든 업무가 모두
수기(手記)에 의해 처리되었다.
병력동원훈련소집을 위한 일련의 과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
먼저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 전에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소집가능자에 대해 병력동원훈련소집통지서를
작성했다. 그 다음 매 통지서 마다 실인을 날인하고 직인을 찍고 그 후 해당 구청으로 시달하였다.
지금은 모든 게 전산화되어 동원지정도 전산에 의해 자동으로 지정이 될 뿐만이 아니라, 거주지
이동자에 대해서도 행정자치부 주민전산망과 연계가 돼있어 자동 전산 정리되며,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 또한 전자우편처리센타에 자료를 전송하면 자동으로 인쇄 발송 처리된다.
그해 여름이라 기억된다.
그 당시 내가 맡고 있는 구청에서 1개 연대가 불시 병력동원훈련소집을 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안에 1개 연대에 대한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를 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상
위에서 새우잠을 자며 며칠동안 밤낮없이 훈련소집통지서를 작성하였다.
훈련소집통지서 작성을 쉽게 하기 위해 집결 장소 등은 지우개에 글자를 새겨서 찍기도 했다.
그러기를 며칠...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쉴 수는 없는 일. 통지서를 들고 구청으로 달려갔다. 동별로 통지서를 분류하고 통지서 교부에
들어갔다.
이 동사무소 저 동사무소를 돌면서 통지서 교부 실태를 점검하고 메가폰으로 병력동원훈련소집 응소
독려를 밤늦도록 하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
각 집결지마다 병력을 수송할 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각 동별 부녀회의 지원을 받아 이른
새벽에 응소할 예비군들에게 따끈한 차를 나눠 주기도 하였다.
지금은 관광버스로 예비군 병력을 수송하지만 그 당시는 전부 화물트럭(대한통운 등)으로 수송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바로 결전의 그날,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트럭에
덮개를 씌우는 수 밖에. 그러나 덮개를 씌우면 비는 피할 수 있지만 차의 배기가스가 차속으로 다
빨려 들어온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가는 도중 응소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서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덮개를
내리기도 하고, 앞쪽의 덮개를 약간 열어서 통풍이 되게 하기도 하였다. 부대가 가까이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은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도착해 각 대대별로 병력을 집결시켰지만 부대를 잘못 찾아 온 사람이 다수 있었다. 그 사람들을
군용트럭에 싣고 해당 부대로 인계해 주기 위해서 비를 가르며 다시 또 이 부대 저 부대로 뛰었다.
그러느라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부대 장교와 짠밥 한 그릇을 먹게 되었다.
그 맛이란!! 어떤 산해진미도 그 짠밥 한 그릇에 비하랴!
같이 고생했던 당시 장교는 지금은 전역을 했지만 지금껏 서로 연락도 하고 가끔은 소줏잔을
기울이기도 하면서 그 때 일을 회상한다.
진한 전우애(?)를 느끼며...
올 여름엔 그 때 일을 생각하며 다시 나의 젊음을 느껴보리라.
아직도 창 밖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
2001년 여름호 병무지
통권 제 48호 중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