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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감상] 시골길 버스 '

김 길 자 (수필가)     



이 세상에 행복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 꿈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것도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산촌의 5월은 달짝지근한 향훈이 하늘과 땅에 가득하다.
산과 들에 만발한 하얀 산찔레며 아카시아 꽃을 보고 꿈에 젖기도 하고 뻐꾸기
소리 가슴을 에어, 왈칵 눈물이 솟도록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지기도 한다.

산자락에 터전을 잡은 친구가 그리워 청천행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는 흘러간
유행가 가락이 메들리로 흐른다. 손님이래야 5일장을 보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들 가슴에 카네이션꽃이 달려 있다. 녹색향기 가득한 바람이 활짝 열린 차창으로
들락대고 버스기사는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할머니 꽃을 달고 어디 다녀오세요?"

"응, 장 구경하고 맛난 거 사먹고 가우"

주름살이 얼굴 가득하고 허리는 구부러졌지만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돈다.
자손 자랑이 넘치고 기쁨이 흐른다. 창밖으로는 푸른 빛이 감도는 보리 이삭이
밭고랑마다 비단결 이불 같다.

산촌으로 갈 수록 버스정류장이 따로 없다. 한길 가에서 손만 들면 기사는 차를 세워준다.
나물 보따리를 이고 버스에 올라타는 이의 짐을 거들어 준다. 날이 가물어서 산나물이
제대로 못 자란다고 아주머니는 투덜댄다. 어디 산나물 뿐이랴. 산천초목과 모든 곡식이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건만, '하늘도 무심하시지?'가뭄이 피부로 느껴져 온다.

손님이 내릴 때도 모든 이웃 동네 사람들이니 인사도 한참이나 길다. "여기 내려유" 한 마디만
하면 버스는 어디서든 선다. 가뜩이나 느릿느릿한데 내리면서도 뒤를 돌아보고 다시 긴
인사를 하건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그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사는 기다려 준다. 산 속의
뻐꾸기도 따라서 긴 울음을 운다.

가끔 서울에 가서 버스를 타려면 불안하다. 재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기사가 인상을 쓰기
일쑤요,녹음기에서 들리는 짜랑짜랑한 기계안내 소리가 익숙지 않아 내릴 곳을 잘못 알아들어
재차 물어보기라도 하면 여간 퉁명스럽지 않다. 그럴 때면 도시의 공기조차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인간 사회의 힘든 과정에 부딪칠 때면 가끔 시골행 버스를 타보라. '자연은 1만 권의 책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생텍쥐베리는 갈파했다. 풀은 빛으로 말하고, 꽃은 색채로
말하며 인간은 소리내어 말한다. 그러나 자연은 무언 속에 말한다. 이렇듯 자연의 음성과 자연의
언어가 살아 있는 시골길. 그 시골길을 달리는 시골버스는 삶의 청량제요, 의욕과 희망을 주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이다.



2001년 여름호 병무지     
통권 제 48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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