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징병신체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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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징병신체검사] 편평족과 병역판정 '

이성수(대구.경북청 정형외과 징병전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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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다른 종의 동물들과 달리 문명이라는 꽃을 찬연히 만개시킨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언어, 문자, 불의 발견, 도구의 발명 등 어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정형외과 의사를 주업으로 삼는 나에게 있어 직립보행 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듯 싶다.



두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도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글을 쓸 수 있으며, 심지어 언어의 소통과정에도 손을 이용 그 의미의 가감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문명의 기초라 이름에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러한 이유로 손은 항상 보살핌의 대상이었고, 신체 중 대접받는 위치에 있어 왔다. 하지만, 이에 비해 발은 상대적으로 홀대받아 온 느낌이다.

사실 인간의 신체 중에 발만큼 많은 봉사를 담당해 온 기관은 없을 것이다. 수면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무거운 체중을 지탱해야 하는, 그리스 신화의 지구를 받치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고행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발은 피하고 싶은 불결함의 대상이 되어 왔다. 최근에 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발 마사지, 발 반사요법 등 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 봄직하다. 그래서인가? 징병검사 수검자들도 최근 족 부의 문제를 많이 호소하고 있다.

조물주의 창조물 중 그 으뜸은 인간이고, 그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기관의 오묘함은 결코 어떠한 것도 흉내 낼 수 없다. 발도 그 해부학적 구조를 살펴보면, 기계학적으로 기능에 맞게 형태와 모양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발을 이루는 뼈와 강한 인대의 구조는 마치 용수철과 같은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 체중의 압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보다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완벽이란 조물주에게도 해당되지 않는 것일까? 발의 아치가 낮은 변형이 생기므로 우리가 일컬은 용수철의 기능이 떨어져 동통이 발생하는 평발이 생겼다.

많은 수검자가 자신의 발이 편평족이 아닌가 물어온다. 사실 족부 동통의 원인은 이외에도 많다. 특히 부적합한 신발의 사용, 체중의 과다, 운동부족 등 해부학적 이상보다는 외부적인 요소로 인한 동통이 더욱 흔하다. 하지만, 군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정보와 이에 대한 젊은 수검자의 기대감으로 인해 평발 아닌 평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자신의 발을 직립상태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아치가 사라진 것 같이 보여 평발로 오해할 수 있다.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사물은 달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징병전담 의사들이 신체등위판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국방부령인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의 편평족 항목은 각도를 기준으로 측정하도록 되어있다. 몇 도 이상이면 몇 급, 이하면 몇 급 하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사실 편평족에서 이 각도와 환자 증상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동반변형 여부와 주위 관절의 퇴행성 관절염 여부가 임상의로서는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징병검사의 특수성상 객관적 기준의 필요성으로 인해 이러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지만, 각도 측정이 용이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관찰자에 따라 사물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점이 전담의사와 수검자간에 대립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 만약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라면 각도가 몇도 인가하는 문제는 논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것일텐데…. 편평족 각도측정에 있어서 일반 사회에서는 같은 정형외과의사들 끼리도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여러 요소에 의해 일관성이 장애를 받기 때문이다. 방사선 촬영각도에 따라서도 오차가 있을 수 있으며, 측정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어느 정도의 오차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하더라도 나 자신이 법인양 수검자에게는 나의 기준을 설명하고, 설복시킬 수 밖에 없다. 내 자신의 판단이 그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징병전담의사로 근무를 시작한지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다가온다. 처음에 교육받았던 소신판정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문득 지금의 진실이 언제까지 진실로 존재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에 휩싸인다. 이것은 모든 인생사에도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순수한 마음의 결정체, 이것 뿐이 아닐까? 이를 위해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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