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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징병신체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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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징병신체검사] 클릭 비젼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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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관(대구.경북 지방병무청 수석징병전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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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 |
한가로운 풍경이다. 오후 햇살에 보석조각처럼 반짝거리던 물결은 어느새 바위에 부딪쳐 희게 부서지고 있다. 해변 가 모래사장에는 점점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멀리 보이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는 흰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고 있다.
‘이젠 지겹군...’하고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벽에 붙은 스위치를 내린다. 홀로그램이 꺼지고 원래의 지하벙커 차가운 벽이 드러났다. 서기 2498년. 지구가 은하계 저편의 M92지역의 져그족과 전쟁을 시작한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덕분에 지구는 이제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황폐한 붉은 별로 변해 버렸다.
“C구역 통제실로 와 주십시오”라는 나지막한 기계음이 들린다. 이제 60시간 동안의 또 한차례의 징병검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여름 져그의 총공격으로 안드로이드 공장이 파괴된 후 지구방위 연합군의 군사력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었다. 그동안 반합성 인간인 안드로이드 군대가 져그를 잘 막아왔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인간으로 대체해야하는 것이다. 이 결정은 지구방위 연합사령부에서도 상당한 진통 끝에 도출되었었다.
‘져그놈들....’ 나도 이놈들을 두 번 본적 있다. 여기로 배치되기 전 8주간의 훈련에 져그와의 두 번 전투가 있었다. 지금도 상상만 하면 끔찍한 놈들의 모습에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하긴 지금 명황성 전진기지에 배치된 동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홍채인식기에게 내 오른쪽 눈을 보여주고 나서야 나는 통제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벽면 가득한 계기판과 의자 하나 이것이 전부다. 이번 검사에서 나에게 할당된 인원은 총 3,500명이다.
“시스템 가동!” 난 음성인식 컴퓨터에 명령을 내렸고, 그 즉시 모니터를 통해 컴퓨터는 해당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면 오른쪽에는 DNA 분석결과와 함께 운동능력을 보여 주는 바이오메터 그래프가 보였다. 그리고는 해당자의 모습은 곧 3차원 입체영상분석과 함께 질병스캔화면으로 재구성되어 보였다. 바이러스 하나까지 잡아내는 질병스캔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7초이다. 화면에 녹색으로 ‘OK’라고 컴퓨터는 친절하게 내게 표시를 해주었다. 하지만 선발되기에는 두가지 과정이 더 남아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 과정이다. 나는 위에 달려있던 ‘브레인 애널라이저’를 내 머리 위로 씌워 내렸다. 내 눈앞에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기억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욕망 같은 것들이 멀티비젼처럼 펼쳐졌다. 난 그 속을 헤엄치듯이 재빠르게 확인한 뒤 마지막 과정으로 전투시뮬레이션 모드를 가동시켰다. 이는 그 사람의 실전상황에서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갑자기 여기저기 검은 음영의 부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흠...” 나는 브레인 애널라이저를 벗어놨다. 그리고는 붉은 버튼을 눌러 부적합으로 판정을 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지나친 긴장감으로 인한 판단력의 저하가 문제될 것 같았다. 피드백 프로그램으로 다시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걸 판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분...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목이 말라왔다.드디어 컴퓨터가 종료 시그널을 나타냈다. 문득 눈을 들어 위를 보니까 벌써 3,500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곧 우주선이 이륙할 것이다. 얼마 전 생포된 져그를 연구해 지구방위 연합사령부에서 드디어 놈들의 결정적인 약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총반격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에 더더욱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나는 통제실을 벗어나 D구역에 있는 승강장으로 향했다. 방금 선발된 병력을 명왕성 전진기지로 보내는 셔틀 우주선을 배웅하기 위해서이다. 흰 연기와 함께 굉음을 내며 솟아오르는 우주선을 향해 나는 승리를 기원하는 경례를 했다.
목과 어깨가 아프다. 점심시간 동안 책상에 엎드려서 낮잠을 잤더니 그런 것 같다. 지나가는 공익에게 오후 수검인원이 몇 명인지 물어본다. 3,500명까지는 아니지만 만만하지는 않은 숫자이다. 어제 저녁 뉴스에 병무전산화를 내년부터 실시한다는 뉴스를 봐서 그런가? 하긴 이제 비전 21인데 진짜 비전 25쯤 되면 내 상상도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세상이 이젠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점점 인간이 설자리를 기계에게 내주고 있다는 묘한 긴장감마저 느끼고 있다. 영원토록 인간이 모든 만물의 주인이고 싶은 마음... 과연 지나친 교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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