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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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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와 병역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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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내일신문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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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정해진 4대 의무 중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가 도마에 올랐다.
대한민국에 헌법이 마련된 194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의문의 여지가 없었고 누구도 꺼내지
못했던 성역이었던 국방의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논의는 다양하다.
표면적으로는 이렇다. 국방의무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부터 일부 종교단체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는 것까지
광범하다. 더 나아가 군경력 가산점 부여 위헌결정에 의한 평등권 침해논쟁도 있었고 심지어는
남북화해시대에 맞춰 국방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주장들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논거는 다 있다.
국방당국은 이에대해 가급적 대응을 회피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자.
그 주장들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최근의 이같은 백화제방(百花齊放) 식의 논의의 근거를 제공한
것은 무엇인가. 이 점이 제대로 따져지지 않으면 향후 논의의 전개과정에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남발될 여지가 많다.
필자는 정부가 다양한 주장들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판단한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국민의 인권의식의
향상, 국방환경의 변화, 군 인력구조 등의 문제이겠지만 논의의 촉발점은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있는 병역기피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 병역기피를 가능케 하는 것은 병역비리다.
신체상의 결함이라든지, 정신상의 문제 등 군생활에 적당치 않은 사람들은 병역이 면제되어야 하고,
또 이런 사람들은 군 전력상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다른 방법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하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병역면제자라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지도층인 이들이
왜 병역면제자가 되었을까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기를 쓰고 병역면제에 대한 자신의 정당한 사유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병역기피는 단순히 한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의 윤리체계와 사회의 통합력을
좀먹는 쥐다. 박노항 관련 병역비리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일부 문제있는 공직자들의 일탈된 행위라고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게 바로 정부의 모럴 해저드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터넷사이트 등에서 현재의 병역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징병제를 반대하는 모임(이하 징반모)이 대표적이다.
징반모는"반강제적으로 행해지는 군복무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특히 선택의 자유)을 침해하는
만큼 각 개인이 자신의 여건에 따라 군복무를 하든, 대체근무(사회 봉사활동)를 하든, 경제적
부담(국방세)으로 대신하든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군인력 확충이란 명분 아래 자행돼왔던 인신구속을 타파하여 국가와 개인의 관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치 반국가조직처럼 군입대를 '초법적인 인신구속'이라 하는데도 아직 사법당국에서 이들을 처벌한다거나
하는 대응을 본 적이 없다. 이들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의 도입을 주장한다.
올초 헌법재판소의 '공무원 채용시험 군필자 가산점 부여 위헌 결정' 이후, 남성과 여성간에는 치열한
논쟁이 전개된 적도 있다.
또, 국회 국방위 소속 장영달의원(민주당)은 임시국회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한다. 야당일각에서도
이들의 대체복무를 위한 법률개정작업에 관심을 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계는 병역 복무이전
출가한 승려의 80% 가량이 환속했고,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 신자 1,600여명이 항명죄로 육군교도소에
갇혀있으며 모두 1만여명이 전과자의 낙인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종교계는 주장한다.
물론 구체적 양심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객관적 기준 설정 문제와 예외없는 의무에 특정집단에 병역면탈
기회를 주는 또다른 차원에서의 기회 균등의 문제, 그리고 이를 악용해 병역을 기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는 문제 등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어쨌든 이들의 주장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다. 평등권, 양심 또는 신체의 자유, 선택의 자유 등 헌법상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국방환경 및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전제되어 있다.
첫째는 남북관계 변화에 따른 군인력 적정규모의 문제와 이에따른 징집자원의 과잉이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001년에는 징집 가용자원이 각각 37만명, 38만명으로 군에서 필요한
인원(현역, 전경, 경비교도 포함) 31만2천명을 초과한다. 이에 따라 남는 인적 자원을 공익근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대체복무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둘째, 군입대에 따른 기회비용의 문제이다.
군입대를 피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기회비용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비단 인기연예인이나
유명 운동선수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다수 젊은이들이 한참 두뇌활동이 왕성할 시기에 2년2개월동안
군에서 '썩는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단서 위조 등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기만 하면 군복무기간을 고스란히 벌 수 있는데 누군들 유혹받지 않겠으며 여기에
내 자식만은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부모의 과잉보호 욕심이 가세하는 것이다.
셋째, 안보환경의 변화이다.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남북 관계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햇볕정책 기조는 흔들림없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분야에서는 한반도의 군축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주제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정당들도 '평화체제 구축의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전제하에 총선 공약을 통해
의무복무기간 단축에서,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하자는 주장, 징병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이는 나아가 군 편제의 혁명적인 전환까지 예고하는 것이다.
병역비리를 계기로 촉발된 논쟁이지만 향후 우리나라 국방정책에 대한 중대한 시사점을 주는 문제들이다.
그 대책은 보다 복잡하고 정밀한 검토와 토론, 연구 등을 통해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국방은
남북대치관계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생존을 담보할 유일한 자위수단이라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검토되지 않으면 안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개인적인 권리와 이익을 일시적으로 국가에 맡기고, 국민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려는
건전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신성한 국방의무가 흔들리는 것은 병역비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솔선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지위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자세로 모범이 되어야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병무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들 역시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훼손되지 않도록 병역비리 척결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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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름호 병무지
통권 제 48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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