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꽃의 계절이다. 눈을 돌리면... 마음을 열면 꽃은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은 꽃이 대부분
봄에 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여름에 훨씬 많이 핀다고 한다.
계절별로 우리나라의 나무와 풀을 포함한 모든 식물의 꽃피는 계절을 조사한 통계자료를 보면
명확하다. 봄에 38.3%, 여름에 70%, 가을에 14.5%, 그리고 겨울에는 0.2%가
꽃을 피운다고 한다. 합계가 100%를 넘는 이유는 계절을 겹쳐 피는 꽃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길을 가던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꽃 그늘 아래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엄마의 채근에도 아랑곳이 없다. ‘뭘 저렇게 유심히 보고 있는걸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 보았다.
거기에는... 수도 없이 거친 발걸음이 뭉개고 갔을 보도블럭 작은 틈새에 눈에 보일 듯 말
듯 조그만 풀꽃이 몇송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커버린 탓에... 바빠진 탓에...
우리의 눈에서는, 아니 관심에서는 사라져 버린 조그만 풀꽃이 거기 피어 있었다. 아이의 눈이
이 자연의 경이를 찾아낸 것이다.
언젠가 교육심리학자가 정서적으로 유연한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자라면 좋은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자란 이들은 일생동안 매사를 참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면 불가마같은 여름을 지내고서야 비로소 추수를 한다. 벼의
목을 잡아 뺀다고 벼가 빨리 익지 않는다.
과수원의 과실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여물기까지 한 철을 그대로 보내야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연의 모든 것이 겪어야 할 만큼 겪고, 지내야 할 만큼 다 지낸 후라야 비로소
제 구실을 한다.
자연과 함께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 순리를 터득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줄 알고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심성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우리나라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후 지난 40년동안, 선진국도
세기에 걸쳐 이룩한 경제발전을 소위 압축해서 이루어냈다.(일본 경제학자 ‘와타나베 도시오’가
'압축성장'이라고 표현했듯이)그 덕에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물질적인 풍요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신적인 성숙 또한 이에 걸맞게 뒤따랐는 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19일, 2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는 당초 예상인원의
2배가 넘는 170여만명의 관람객이 다녀 갔다고 한다. 그러니 박람회장 가는 길의 교통정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서 평소보다 서너 배는 더 걸렸다. 어떤
사람은 연신 경적을 울려대고 차선을 기웃거리며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안달을 하지만
겨우 한 두대를 앞지를 뿐이다.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아예 멈춰 서 버리자 자동차 그늘을
차양삼아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기다린다는 것, 웃으면서 기다릴 수 있다는 것, 그건 분명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꽃보다 더 값진 것을 보고 배워 갔으면 좋겠다. 이 차량정체에서 ‘기다림의
미학’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피어 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