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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죽이는 차가 커서 붙인 내
차의 별명이다. 넙죽이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불평 없이 간다 진흙길이건 자갈길이건. 사람은 기분에
따라 변하는데 넙죽이는 변함이 없다. 아프면 서고 오일이라도 갈아주면 기분 좋게 달려준다. 좋지
않은 길을 갈 때면 미안하다고 얘기해 준다. 넙죽이에게는 항상 화구가 실려있다. 무더운 여름날 넙죽이와
함께 산사 입구에 섰다. 그림 그리기에는 아주 좋은 구도이다. 화구를 하나 둘씩 꺼내놓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참 열중하고 있는데 내 등뒤에 관광버스가 서고 많은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연극배우가 관객을 의식하게 되면 대사도 잃어버릴 수 있듯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곳에서 그림을 그릴
때 역시 마찬가지다. 주위를 의식해서는 안된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그림에만 몰두해야 된다.
소나기가
지나가듯 사람들이 한 차례 스쳐갔다. 그런데 계속해서 보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옆에서 기념품을
파는 판매점 아가씨였다.
무더운 여름이라 땀도 나고 목도 마르고 하는 차에 얼음을 둥둥 띄운 미숫가루 한 대접을 건네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단숨에 한 대접을 다 들이켰다. 고마운 마음에 그림이 완성되면 막걸리 한잔 먹고
기념품도 하나 사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그림이 거의 완성되어 마무리를 하려는데 기념품집 아가씨가
화가선생님 하고 부르는게 아닌가. 그 아가씨는 손을 씻으라면서 대야에 물을 떠 놨다고 하면서 새
비누와 새 수건을 대야 옆에 가지런히 내민다. 새 물건이니 내가 쓰고 사가야지 하고 생각하였다.
넙죽이도 더우니 내가 손을 씻고 나서 넙죽이 발에 부어주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대야에 손을 담갔다.
그러나 대야에 손을 담그는 순간 또 한번 놀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손에 묻은 유화물감이 쉽게
지워지도록 물을 데워 놓은 게 아닌가. 그림을 그리러 여러 곳을 다녔지만 그때처럼 가슴이 뭉클하도록
고마움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그 고마움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젠 내겐 그 산 아가씨가
보석이 되었고, 그 아가씨가 행복하기를 항시 기원한다.
내일은 쉬는 날, 내가 지도하는 회원들과 그림을 그리러 간다.
넙죽이와 함께 산으로 가면 언제나 그 산 아가씨를 떠올린다. 그리고 기도한다.
늘 건강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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