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은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아직은 앳된 스무살 전후의 청년, 아니 이제 겨우 소년티를 벗은 그들이 그렇게 늠름하고 용감한 군인으로 자리메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이곳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홍조띤 그들의 얼굴에서 아직 영글지 않은 인생의 전환점에 선 만큼 많은 번민과 불안감을 가지고 임하게 될 장소임을 배려한 관계기관과 직원들의 인식과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예전에 메스컴이나 지면을 통해 일반인들이 짐작해온 징병검사장이란 산만하고 군부대 같은 특유의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것이라는 것과는 대조적인 느낌이더군요. 또한 종합병원에 뒤지지 않는 첨단 검사시설과 세분화된 검사항목을 꼽을 수 있었습니다.
진료과목별로 검사받기 편하게 배치된 공간과 빠른 진행을 위한 직원들의 전문적인 능력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겠더군요.

이런 점에서 현역 및 공익입영대상자 부모님의 염려가 많이 줄어 들 듯도 합니다. 그리고 검사 판정결과를 두고 상기된 예비병들의 모습속에도 나약하게만 보았던 우리 젊은이들의 투철한 국가관과 패기도 엿볼수 있었다는 겁니다.
상담을 하면서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한 대상자들이 검사결과 개선을 위해 재검사를 받고 재검사를 통해 현역 판정 등 상향판정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과 핵가족의 증가로 진정한 삶의 의미가 흐려지고 인간성의 상실 그리고 물질만능사회의 병폐로 예전의 우리 아버지 세대로 조명되는 강한 남성상을 많이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젊은 이들의 모습일거라는 생각이 선입견이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남북관계가 예전과 달리 많이 유연해진 요즘, 고리타분하게 반공이나 이념타령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병영이란 것이 분단된 나라의 피할 수 없는 의무라는 생각에 앞서 나라의 미래인 우리 젊은 청년들에게 힘든 현실속에서도 강한 뒷심을 일으켜 줄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라며, 그에 따른 관련 행정기관의 보다 나은 환경과 제도개선을 위한 국가의 재정적인 뒷받침도 아끼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