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나게 하는 것 같다... 미안해.... 용서해주라....”

사실, 화해할 때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이라도 실컷 내뱉어야 속이 후련해지리라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요목조목 버벅대지 않고 쏟아 낼 송곳 같은 말들을 줄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내가 그 순간 할말이 없어졌다. 왜냐하면 내가 꼭 남자친구 입으로 실토를 받아 내고 싶었던“생각없이”“번번이”“용서해죠”라는 세단어가 한번에 줄줄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실실 웃어대며 삼겹살을 사이좋게 구워먹고 쌈까지 싸 먹여 가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데이트를 마쳤다.... 집으로 들어온 나는 씻는 일도 제쳐두고‘어떤 책이기에 그렇게 살벌하고 중요한 순간에 겁도 없이 나에게 읽어보라고 건넸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옷도 갈아입지 않고 책을 펼쳐들고 침대에 엎드렸다.

처음이“위”는 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이 사람이 주인공인 것 같았다. 몇 페이지 더 넘기다 보니 우화형 소설이라는 것도 금세 알 수 있었다.

대강의 스토리를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인‘위’는 수석으로 입사하여 회사 내에서 고속 승진을 계속하던 인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구조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올렸던 프로젝트 1팀의 차장으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평소 가정을 돌보지도 않고 삶의 희망이라고는 사회적인 성공 밖에 모르던“위”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인 것이다.

그런 위를“인도자”라고 불리는 회사 고문이 호출하여 뜬금없이 사회적 아스퍼거라는 뜻의“사스퍼거”의 개념을 언급한다. 사스퍼거란 남의 입장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이것은 이기적인 사람과 그 의미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기적인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알면서도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만 사스퍼거는 상대방의 입장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들은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남들에게는 무자비한 존재로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더욱이 사스퍼거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망친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더욱 문제가 된다.

명석한 위는 인도자의 말을 듣는 순간 불안해진다.‘ 정말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자기밖에 모르던“위”는 갑자기 닥쳐온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하게 된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으며, 해결책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러기까지는 1팀의 팀원들과 수없이 충돌해야 했지만,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반성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의 가치 즉 경쟁만이 전부가 아닌, 서로 나누며 배려하는 삶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인도자가 중요한 순간마다 위에게 건네주는 세 장의 카드에 담겨진‘행복의 조건’,‘ 즐거움의 조건’,‘ 성공의 조건’을 통해 위는 인생의 단순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쉽게 화내고, 쉽게 상처받고, 또 남에게 쉽게 상처 준다. 하지만 화내기 전에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기 전에 잠깐‘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내가 화를 내고 있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매우 기분 나쁜 일일 것이다. 상대방에게는 내가 무심코 툭툭 내뱉는 말이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