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교양 좀 쌓아볼까 싶어 클래식을 듣고 있자면 도통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곡가나 지휘자는 어떤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자 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심지어 따분한 생각이들기까지 하였었다.

그런 따분한 음악을 즐겨 듣고, 그런 음악가들의 음악을 연주하게 되기까지에는 재미있는 노년의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한 가지 취미를 가지고 싶었고, 특히 교회에서 성가대 옆에 자리 잡은‘챔버오케스트라’자리에 앉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하게 된 것이‘flute’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휴대가 간편하고 단선율 연주악기로 다른 악기에 비해 배우는 진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고, 악기생김이 예쁘고 옥구슬 같은 맑은 악기 소리에 반하여 선택하게 되었다.처음에는 마트문화센터에서 토요일마다 1시간씩 그룹레슨으로 배우던 중 좀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기독음악대학’에 들어가 2년간 개인레슨을 받았다.
개인레슨이라고는 하지만 일주일에 1번 실기선생에게 점검받는 차원의 별 부담이 없는 과정(못하면 못하는대로)이어서 집안일과 직장, 그리고 애들 돌보는 일까지, 혼자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나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과정만 마치면 뚝딱!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은 착각에 힘들게 연습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2년의 과정을 마치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실력에 실망할 즈음, 교회에서 같이 활동하는 동생과 대학을 가면 좀 더 열심히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 나에게 또 다른 배움의 길을 가게 되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무대만 서면 너무나 긴장하는‘한 소심’인지라 두 다리와 입술, 악기를 들고 있는 두 손이 많이 떨리지만‘flute’라는 악기를 통해서 또 다른 삶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취미가 되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제주CBS창립 7주년 기념‘바리톤 김동규 초청음악회’에 연주를 맡은 심포니에타에 객원으로 참가하여 같이 무대에 서는 영광과 감격을 느껴보기도 하였다.

지금은 전공자들로 구성된‘제주플루티스트 앙상블’에 소속되어 12월에 있을 정기연주회 연습과 가끔 문화행사에 출연하고, 교회에서는‘챔버오케스트라’와‘플루트앙상블’단원으로 꾸준히 음악을 사랑하며 내 생활에 만족하고, 내가 내는 악기소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금, 노년에 즐길 취미로 시작했던 flute를 전공까지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었고 지금도 혼자서 연주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호흡이 있는 한 flute라는 악기로 내삶을 아름답게 연주하고 싶다.
내 주위의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행복한‘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길 또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