었다. 더군다나 6살아이를 엄마의 보살핌 없이 마음 놓고 맡길 데가 없어 아들을 데리고 청 근처의 관사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렇게 주말부부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첫 출근하는 날,‘나의 두려움은 괜한 걱정이었다.’라고 나는 한방에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서울청에서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 드센 민원인들과 부대끼면서 바쁘고 분주하게 생활하다가 천성이 착하고 순한 민원인, 친절한 직원들, 업무도 서울청에 비해 많지 않아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색다른 객지생활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월요일 새벽이면 자는 아들을 승용차 뒷좌석에 안락한 침실을 만들어 태우고 경치가 수려한 양수리 북한강따라 아침공기 청명한 경춘국도를 지나노라면 나도 모르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흥얼거리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안개 낀 호반의 도시를 향해 새벽 아침에 건너는 춘천대교는 하얀 안개만 끼어 사방이 보이지 않는 시야로 인해 천국으로 통하는 문을 지나는 것처럼 신기루 같은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겨준 것은 서울에 살면서 큰맘 먹고 여름 휴가 때나 떠났던 강원도 여행을 이곳 춘천에 근무하면서 가족여행으로 자주 다녔다는 것이다. 겨울에 구곡폭포에서 얼음으로 꽁꽁 언 암벽타기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졸였고 문배마을을 산책삼아 올라가 시원한 동동주에 토종 도토리묵 한 접시에 행복해 했고, 남이섬에 들려 겨울연가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메타쉐콰이어 길을 걸으며 즐거워했고, 소양감 댐을 배를 타고 들어간 청평사의 고즈넉한 암자의 풍경소리...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것은 등산이라면 자신 없는 내가 흔들바위까지만 갈려고 갔던 산행이 웅장하고 거대한 울산바위까지 올라간 것이다. 울산바위에서 내려다본 설악산의 비경과 속초의 푸른바다 절경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답답한 도시생활에서 갇혀 지내온 나에게 춘천에서의 생활은 외로움보다는 또 하나의 신선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서울에서의 이기적인 도시생활로 삶에 찌든 나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주었고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 또한 항상 포근히 반겨주는 아름다운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이다.

그리고 객지로 떠나는 것이 두려운 동료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인생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라고. 그리고‘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