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청 직원들이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감을 먹다 보니, 나무들이 헐벗고, 잎이 속절없이 떨어질 때쯤이면 어릴 적 마당에 있던 감나무에서 땡땡한 감을 털어 뜨뜻한 아랫목에 두었다 주전부리로 주셨던 엄마와 감나무 생각이 난다.
늦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엄마는 덜 익은 감을 따서 몇 날을 푹 삭히신다. 방 안에 은은한 감 냄새가 풍길 때쯤 꽁꽁 묶어 놨던 땡감들은 소주에 익어서 단감도 아닌, 홍시도 아닌 것이 되곤 하는데, 말랑말랑하여 부드러워 먹기가 단감보다 좋고, 아삭아삭하여 씹는 맛이 홍시보다 좋다. 엄마는 잘 삭힌 감들을 깎아서 나와 동생의 입에 한 개씩 넣어 주시곤 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팔던 과자도 마음대로 사 먹어 보지 못했던 어릴적 나와 동생에게는, 단 듯하면서도 약간 쌉싸래한 맛이 배어나는 요 삭힌 감이 최고의 간식이었다.
그러고 보면 감나무는 가을과 겨울을 지나는 동안 우리에게 다양하게 간식을 제공해 준 셈이다. 삭혀서 먹기도 하고, 두었다 홍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잘 말려서 곶감으로 먹기도 했으니 말이다.
감나무는 마당 한 편을 차지하고 여름내 시원한 그늘막이가 되었다가 가을에 열매를 맺어 우리의 간식이 되었던 그야말로‘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다. 또한 그 감들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들어서 간식으로 내어 주신 엄마 또한 감나무처럼‘아낌없이 주는 또 하나의 나무’가 돼 주신 셈이다.
이제는 연세가 드셔서 좀 쉬실 만도 한데, 불효녀 덕에 자식들을 지나 손자에게까지 크나큰 나무가 되어 주신 엄마. 세월에 감나무와 함께 늙으셨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쌀쌀한 바람이 불고 감이 익을 때면 한 알, 두 알 따셔서 손자에게 먹이시는 그 사랑이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