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 더 잘해야지 하는 의무감도 생겼다.

이 날, 우리의 임무는 생활인들과 함께 칠보산을 등산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설거지, 청소 등의 시설봉사보다 더 편하고 재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적장애인이라는 생활인들의 특성과 그분들이 20~50세의 연령대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어떻게 친근하게 다가가서 함께 얘기를 하고 등산을 할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었다.

병무청에 입사해서 작년에 처음 봉사활동을 간 곳도 지적장애인 생활시설인“예림원”이란 곳이었고, 그 뒤 사내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하여 매달 방문하는 곳도“은혜원”이라는 지적장애인 요양시설이어서 어떻게 보면 지적장애인들과 비교적 많이 접해봤다.
고도 말할 수 있는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설을 방문할 때 마다 긴장되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시설에 들어서면서부터 볼 수 있는 생활인들의 반가운 인사와 밝은 웃음은 그런 나의 걱정을 스르르~
없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비록 처음 보는 사이지만, 먼저 뛰어나와서 반갑게 맞아주고, 스스럼없이 내 손을 잡아 주고, 얘기를 건네 주는 장애우들... 우리가 그 분들에게 어떻게 해드릴지 고민하지 않아도, 그 분들이 우리를 어색하지 않게 이끌어주는 것이었다.
수봉재활원에서 원장님께 재활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일정을 확인한 뒤 칠보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재활원에 대한 소개를 듣는 동안 이미 생활인들이 먼저 한자리씩 줄 맞추어 버스에 타고 계셨는데, 우리가 옆에 가서 앉으면 둘은 그날의 짝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버스에 타자마자 저 뒤에서 나를 향해 손짓을 하시던 선정씨. 그렇게 해서 우리 둘은 짝꿍이 되었다. 버스로 이동을 하는 동안 선정씨는 밝게 웃으시며 내 손을 놓지 않으셨다. 그 모습을 본 재활원의 선생님께서 평소에는 자원봉 사자가 오면 때리고 욕하는 선정씨가 오늘은 웬일이냐며 놀라워하자, 나의 짝꿍은 나를 보고“예뻐~”하며 다시한번 해맑게 웃으셨다. 이렇게 좋으신 분이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니... 믿기지 않으면서도 나한테는 잘 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왠지 오늘의 봉사활동은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칠보산에 도착하니, 파란하늘과 아직은 초록빛이 강한 산과 맑은 공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 수봉재활원의 선생님께서 환우들의 특징과 주의할 점을 알려주셨는데, 내 짝꿍인 선정씨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특히 무서워하니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평지에서는 내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던 선정씨가 산에 오르막길이 시작되자 무서워하면서 나한테 매달리셨다. 내가 한쪽팔로는 선정씨의 허리를 감고 한쪽 손은 선정씨의 손을 잡은 채로 괜찮다고, 잘 올라갈 수 있다고 격려를 해드리니 나의 짝꿍은 생각보다 훨씬 산에 잘 올라가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의지해서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선정씨를 부축하느라 혼자 산을 오를 때보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 뿌듯함과 상쾌함은 둘이 함께 한만큼 배가 되었다.

모두 다 산에서 내려와 휴식을 취하는데, 예정에도 없던 장기자랑이 시작되었다. 누구보다 흥이 많은 우리 환우들의 노래와 춤이 끊임없이 이어져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는데, 다음 사람이 빨리 노래를 시작하지 않으면,“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하며 박자까지 넣어 주시는 모습에 우리는 배를 잡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그렇게 신나게 장기자랑까지 하고 우리가 미리 준비해간 빵과 음료수를 먹으며 우리는 수봉재활원으로 돌아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겁고 뿌듯했던 시간...‘ 봉사를 하고 돌아갈 때는 마음 한켠에 안고 가는 게 있을것’이라는 한 사회복지사님이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나는 그 분들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팔, 다리로 조그만 힘을 빌려드리고 훨씬 많은 교훈과 사랑을 얻었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오늘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만남의 장을 열어간다는 수봉재활원 원장선생님의 인사말처럼, 나 역시 오늘의 만남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함께함이 아름다운 행복브랜드, 수봉재활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