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말년에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지방에 은둔하면서 자연 속에 파묻혀 살았다. 그의 말년 작품 대부분은 위대한 자연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생트빅투아르 산] 이 작품은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생트빅투아르 산을 주제로 한 18점도 넘는 작품 중에 하나다.

[생트빅투아르 산] 1885~7년•캔버스에 유채•65×81•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세잔은 말년에 생트빅투아르 산을 지치지도 않고 되풀이해서 그렸다. 그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산의 모습에 빠져 들었는데 세잔이 은둔하고 있는 아틀리에가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독특한 각도에서 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잔은 이 산의 구조를 사랑하고 탐구해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가 표현한 생트빅투아르 산은 언덕, 땅, 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산은 아니다. 그가 표현한 산은 풍경과 구분되어 하나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에서 생트빅투아르 산은 화면 왼쪽에 있는데 세잔이 주변의 풍경에서 산으로 점차 관심이 옮겨질 때 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산은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완만한 구릉을 뻗치고 있고 그 아래에는 육교가 걸쳐 있다. 정면에 있는 소나무가 화면 좌우를 가르고 있고 소나무의 나뭇가지는 장식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이 작품에 그의 절제된 기법은 화면의 질서와 조화를 보여주고 있고 오렌지색과 녹색의 대조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회화의 전통을 거부한 폴 세잔[1839~1906]은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뜻에 따라 법률공부를 하던 세잔은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 몰래 시립 미술학교에 등록을 함으로서 화가의 꿈을 가지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가 엄청났지만 친구 에밀 졸라의 격려와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으로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하게 된다. 당시 부르주아 사회에서 가장 경멸받던 직업인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 아버지였지만 세잔의 그림을 처음으로 사들인 사람도 아버지였다. 가난한 다른 예술가들과는 다르게 세잔이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은행가를 아버지로 둔 환경이었다.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재정을 아버지가 마련해 준 것이다.

아버지의 승낙으로 동경하던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계속하면서 파리 국립미술학교에 들어가기를 희망했다. 자유분방한 파리에서 그는 아버지가 붙여주는 돈으로 소박하고 근면한 생활을 하면서 온갖 스타일을 두루 시도한다. 하지만 젊은 화가들에게 자기 작품을 알리고 이름을 얻을 기회가 살롱전 밖에 없는 현실에서 세잔은 번번이 낙선을 한다.

세잔은 파리에서 당시 전통적인 교수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로서 빠른 성공을 기대한 아버지의 희망과는 상관없이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살롱전에 낙선을 하면 할수록 화가의 길로 가야한다는 신념이 굳어졌다.

세잔의 나이 오십에 아버지가 화가로서의 그의 인생을 걱정해 막대한 유산을 남겨줌으로서 그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유로워진 세잔은 아내와 아들은 파리에 남겨둔 채 조용하게 작업하기 위해 고향 엑상프로방스에서 은둔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의 그림은 프로방스의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밝고 풍부한 색채와 엄격한 화면의 구성의 조화를 위해 그는 모든 노력을 기우렸다.

세잔은 생전에 자신의 작품에만 파묻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1년 후에 파리에서 열린 회고전은 현대 회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전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