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남극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지구 어느 곳에서나 산다. 하도 흔하다 보니 천대받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엄연히 생명체이지만 날을 정해 덫이나 약을 놓아 잡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쥐의 운명이라니. 그러나 여느 동물이 그렇듯이 쥐가 인간에게 항상 해만 끼치는 건 아니다. 쥐의 배울 점을 찾는 것도 이 혼란의 시대에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조상들은 해가 바뀌면 그 해의 띠 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려보곤 했다. 즉 수호동물(守護動物)이라 해서 십이지의 띠 동물을 통해 한해의 운수를 점쳤다. 문헌, 유물, 유적에 나오는 동물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일상생활에 접목시킴으로써 보다 나은 한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한 예로 20세기 초 문헌 <당사주(唐四柱)>에는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젊었을 땐 어렵게 살지만 중년 이후에는 평탄하게 산다’고 적혀 있다. 또 당사주에서는 쥐띠를 자천귀(子天貴)라 하여 다복한 운명으로 보았고 밤에 난 쥐띠는 부자가 된다고 했다. 굳이 문헌이 아니더라도 시련과 아픔의 2007년을 보내고 2008년의 막이 오른 지금 평탄하고 풍요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우리 문헌에 쥐가 처음 나오는 것은 신라 때 사금갑(謝琴匣) 이야기이다.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쥐의 예언으로 거문고 갑 안에 숨어 있던 내통자들을 잡아 위기를 막았다는 설화이다.
쥐는 십이지의 첫 자리에 해당하는 동물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기록(설화)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조선 선조가 신하들에게 ‘앞발가락이 넷, 뒷발가락이 다섯으로 음양을 한 몸에 갖춘 동물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서슴없이 쥐란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또 다른 기록을 보면, 먼 옛날, 하늘의 대왕이 뭍의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기 위해 선발 기준을 어떻게 정할까 궁리하다 정월 초하루에 제일 먼저 하늘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짐승들은 저마다 먼저 도착하기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체구가 보잘 것 없는 쥐는 소, 호랑이, 사자, 염소 같은 덩치 큰 동물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다른 동물들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쥐는 잔꾀를 하나 냈는데 그 가운데 덩치 크고 부지런한 소에게 달라붙어 하늘의 문을 통과해보자는 것이었다. 드디어 정월 초하루, 그간 갈고닦은 훈련으로 중무장한 동물들이 앞 다투어 달려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중 소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소는 지체 없이 하늘의 문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소 등에 달라붙어 있던 쥐가 잽싸게 뛰어내리더니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억울했지만, 쥐에게 첫 번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쥐가 십이지의 첫 자리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이 자신의 나약한 힘을 일찍 깨닫고 약삭빠르게 꾀를 쓴 때문이다.

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의 이름으로 이르는 말로 무자년에서 자(子)는 바로 쥐를 의미한다. 태양력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서 무자년은 2008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삼지만 엄밀히 말하면 음력 정월 초하루인 2008년 2월 7일(설날)이 쥐띠해의 시작이다.

부지런하고 재주 많고 총명하기로 소문난 쥐는 한편으로 더럽고 얄미운 동물로 비춰지기도 한다. 번식력 또한 왕성해서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득시글거린다. 실제로 한 쌍의 쥐가 한배에 10마리씩 연간 5회 새끼를 낳을 경우 3년 뒤에는 3억 5천만 마리로 불어난다고 하니 쥐의 번식력은 놀라울 정도다. 이런 쥐를 두고 풍요니 다산(多産)이니 좋게 해석하는 이들도 많지만 보통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쥐의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듯하다. 다산 정약용은 탐관오리들을 쥐로 묘사했으니 쥐에 대한 좋지 못한 이미지는 예나 이제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