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일 아침...
떠오르는 무자년 새해를 상담소의 창문 사이로 맞았다.
폴~폴~폴 날리는 눈들 사이로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무자년의 새해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고, 난 파헬벨의 “캐논”을 켠 채 나만의 우아하고 성스러운 새해맞이 행사를 눈 덮인 수목원의 고요함속에서 커피와 함께 시작했다.
이렇게 평온한 2008년의 아침과는 달리,,
2007년은 참으로 분주하고, 아쉬움이 남는 한해였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한해를 보내며 새해 아침을 맞을 때 느끼듯이..
난 올해 용기를 내서 10년 넘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학교를 등록했다. 수업 내용보다도 3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이 더 힘들었던 학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한, 두 달 동안은 수업을 들으면 어느 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적응하나 싶으니 방학이 되고, 성적이 나오고, 또 조금 절망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 벌써 1학년을 마치게 되었다.

순간순간 강의실을 떠나려는 나의 의식을 놓지 않고, 제일 앞자리에서 수업을 들었던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급히 기말시험을 준비하느라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엉뚱한 답으로 답지를 가득 채우고 당황해 했던 일까지 열심히 하려했기에 실수도 많고, 아쉬움도 많았던 순간이었다.

행정학 책 본다고 훌륭한 공무원 되는 거 아니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행정학과를 등록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하리라 시작했던 늦은 나이의 공부였었지만 회사와 학교를 병행하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충실한 학업과는 거리가 먼 자리까지 흘러와 버렸다.

2008년!
이런 나의 생활과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술과도 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암만해도 나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갑자기 나의 의지가 변덕을 부려 “의지의 한국인”이 될 일도 없을 것 같고, 논문 등으로 나의 생활은 더 바빠지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올해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본다.
더 이상 변화하려고 애쓰지 말자고 ....

2007년은 내게 변화 그리고 시도의 한해였다. 지금까지 나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는 한해였다. 하지만 2008년은 지금까지의 변화를 좀더 내 자신의 몸에 맞추는 한해를 만들고자 한다. 제대로 변화를 느낄 수도 없이 또 다른 변화를 시작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작년의 시도와 변화의 노력들을 올해는 좀더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들로 채워, 지금 느끼는 이 아쉬움을 내년에는 말끔히 씻어버리고 2009년의 새해와 함께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가고 싶다.

“日新 日日新 又日新” 이란 말처럼 늘 새로워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난 올해는 이 어렵고도 멋진 일을 잠시 미뤄 놓을 것이다. 내년 더 아름다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변화만이 살길 이라는 오늘날의 모토를 잠시 뒤로 미루는 것 두렵긴 하지만 진정 새로운 변화를 느끼고 또 체득하기 위해 서 올해는 지난해의 나의 모습을 좀더 다듬어 보리라.

한 걸음 늦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변함없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파이팅!” 하며 2008년 첫날부터 조금씩 나의 길을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