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는 구멍 파서 이삭 낟알 숨겨두고, 집쥐는 이것저것 안 훔치는 것이 없네.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 기름말라 피말라 뼈골마저 말랐다네.”

또 한말의 선비였던 황현은 <매천야록>에서 쥐로 인해 전염병이 돌자 각 항구마다 외국 배들을 검역하였으며, 쥐를 잡아오는 이들에게 3전의 돈도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쥐를 내쫓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썼다.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 하여 집집마다 방아소리를 냈으며, ‘쥐 주둥이 그스르자 쥐 주등이 그스르자’며 콩을 볶아 먹으며 쥐를 내쫓는 풍속도 있었다. 그러나 쥐의 날이나 동물의 왕인 호랑이의 날에는 쥐가 아무리 많아도 함부로 잡지 않았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쥐가 인간에게 끼치는 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동물로써 본받을 점도 많다고 보았다. 또한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食福)과 함께 좋은 운명(吉運)이 따라온다고 믿었으며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다 해서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겼다. 이런 쥐의 예지 능력은 문헌에도 나오는데,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치악현(지금의 원주)에서 8000여 마리의 쥐 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있자 그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와 함께 ‘쥐 떼가 배에서 내리면 배가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에는 타지 않는다’는 속설도 쥐의 생태 문화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쥐띠들은 무슨 일을 할 때는 위험에 대비해 미리 뒷일을 단속해 놓는다고 한다. 자기보호와 실속을 최우선으로 챙기다 보니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교훈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쥐가 집안에서 흙을 파 쌓으면 부자가 된다”, “쥐가 밤에 나면 잘산다”, “쥐가 모자를 씹으면 재물을 얻게 된다”, “쥐가 방안에서 쏘다니면 귀한 손님이 온다” 같은 속담은 쥐를 통해 얻는 삶의 지혜가 상당함을 암시하고 있다.

12지지의 하나인 쥐는 능원에도 등장하는데 김유신 묘와 민애왕릉, 흥덕왕릉 등에서 볼 수 있다. 쥐를 형상화한 띠 동물상을 무덤 주위에 새기거나 쥐 조각을 무덤 안에 넣는 풍속이다. 천의(天衣·신선이 입는 옷)를 걸친 모습으로 등장하는 흥덕왕릉 12지신상은 그 희소성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그림에 등장하는 쥐는 더 사실적이다. 겸재 정선의 <서투서과(鼠偸西瓜)>에는 수박을 갉아먹는 쥐가 나오고, 신사임당 그림에도 쥐가 등장한다.

가 영물로 취급받는 것은 무엇보다 뒷일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 때문이다. 화산이나 지진, 또는 홍수나 산불 등 자연재해를 미리 알려주어 피해를 막았다. 사람들은 집안에 쥐가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나쁜 징조로 여겼다. 어부들은 배 안에 쥐가 보이지 않거나 쥐 울음소리가 들리면 불길하다 하여 출어를 삼갔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지방에서는 배 안에 배서낭을 모시고 쥐들을 살게 하였다고 한다. 쥐에 얽힌 일화 한 토막. 어느 부잣집에서 배 불리 먹고 잘 살던 쥐가 하루는 집이 무너져 내릴 낌새를 읽어내고는 주인네 식구를 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어른 쥐는 집안에 있는 쥐를 모두 불러 모아 찍찍 소리를 내며 춤을 추게 했다. 이 희한한 모습을 지켜보던 집안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모두 마당으로 나왔다. 집이 폭삭 주저앉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주인네 식구들은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해가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무자년을 맞아 쥐띠를 활용한 발 빠른 상술(?)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키마우스 탄생 80주년으로 귀엽고 깜찍한 쥐를 캐릭터화해 마케팅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른바 키즈 마케팅이다. 서양의 대표적 애니메이션인 ‘미키마우스’는 특히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이밖에도 쥐를 소재로 한 미술품이나 생활용품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모든 것이 새롭고 기대 또한 충만하다. 저 붉게 타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 올해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런 좋은 예감이 현실이 되는 한해를 만들어보자. 지난 한해, 우리는 안팎으로 이런저런 고초와 기쁨을 맛보았다. 올 쥐띠 해에는 그 귀중한 경험이 열매를 맺는, 그래서 누구나 다복한 한해이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