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나 숨을 쉬고 사계절을 느끼며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인생을 만들어  살아가게 되는 삶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이제는 그런 세월이 된 듯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함께하는 기쁨이 어떤 건지 가슴이 아리게 소중한 이름들... 부모님, 남편, 자식, 형제들, 그리고 언제나 아낌없이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 같은 친구들, 아침에 눈만 뜨면 운명처럼 달려가 만나야만 맘이 편한 또 다른 인연인 직장 동료들... 이제는 이 모든 게 감사하고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난 시절 아주 어릴 적 일찍 철이 들어 엄마와 가족들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라고 여겼던 깜찍하게 성숙했던 나는 지금도 시댁과 친정의 가족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게 나의 책임처럼 여기며 오늘도 내 인생을 가족에게 열어준다. 이것이 사랑인가! 욕심은 나를 아프게 하기에 맘을 비운다.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다.”“마음먹기에 달렸다”

이제는 숨만 쉬어도 얼굴의 표정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배려해 줄 수 있는 남편과, 그야말로 환상적 개구쟁이지만 그지없이 귀엽기만 한 금쪽같은 내 아들, 혼자서 삼남매를 잘 키워내시겠다고 무섭기만 했던 자존심 강한 친정엄마를 아래층으로 모셔와 작은 바람들도 지나보내고 행여나 마음 다치실까 살피며, 행복을 전할 수 있음이 너무 감사하여 작아져서 더욱 안아드리고 싶은 고마우신 친정엄마.
효심이 지극한 5남매 가족들! 여차하면 모여들어 동네한바퀴라도 돌아주는걸 즐겨하시는, 모이기만 하면 화투판을 들이미시며 놀이판을 만들고 알아서 개평을 척척 챙겨드려 시집간 딸들의 그만 드리라는 아우성을 늘 견뎌내는 큰아들인 남편의 엉덩이를 남몰래 꼬집어대며 개평 더 달라고 신호하시는 시어머님도 이제는 정말 귀엽기만 하다.

부모는 자식들을 이어주는 끈이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이렇게 늘 부담 없이 만나 어울릴 수 있는 이 행복의 일부분이 집안의 큰 며느리인 내가 어머님의 역할을 그대로 할 수 있어야 할텐데~ 하며 오늘도 다시 마음을 다져본다.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흔히 듣고 새기며 산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건 없는 듯 하다.

희망이 뿌려지는 듯하여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계절 봄! 봄에 핀 꽃잎은 뿌리나 잎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효소와 호르몬이 있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준다 한다. 그래서 인지 봄은 역시 생동감이 있다. 어느 곳을 가든 꽃들이 만발하고, 가지마다 새 잎이 돋아 그 싱싱함을 바라보며 나에게 새로운 기대와 에너지가 피어오른다. 사는 게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늘 새롭지 않은가..

어제 35사단 집행관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가에 새잎들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저 나뭇가지는 때가 되면 말없이 자신의 살붙이를 떠나보내고 새 봄 새 잎을 만들어낸다. 인생도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물을 흘려보내듯, 온갖 정성과 사랑과 기쁨과 고민으로 키워낸 자식도 성장하여 또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내 살을 떼어내듯 맘에서도 보내야 하나보다 생각하며 섭섭한 마음을 다스려 보았다. ㅠㅠ 귓가에 들려온다 아들의  노랫소리가.. 박상철의 “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면 한참을 생각해 보겠지만 엄마가 부르면 달려 갈거야 무조건 달려 갈거야” 하하하 코앞에 대고 살살거리며 불러주는 아들에게서 전해지는 사랑이 미소와 행복으로 봄의 행복을 더욱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