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여자들이 제일 재미없어하는 것이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난 예외인가 보다. 왜 그 이야기가 재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군인이시거나 뭐 남들에게 “내가 이래서 그 군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계기도 없다.
●●● 굳이 이유를 찾아 본다면, 가지 못하는 곳에 대한 동경, 그런게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궁금한 것에 대한 무한한 관심... 암튼 난 정상적인 여자이다.

●●● 나에게 있어 군대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가 요 몇 년 사이에 일상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2006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던 때였다. 그 때는 매일 매일의 생활이 학원과 고시원으로 단순화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군무원 시험에 합격을 하게되었다.

●●● 그 때는 군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더구나 발령지가 ‘강원도 춘천’이기에 처음엔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예전부터 군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나로서는 집을 떠나 강원도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남자들도 무섭다는 군대 아닌가? 호기심이 더 크기는 했지만 걱정은 분명 있었다. 그 때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준 친구의 한 마디 “군대를 이해하면 세상의 반을 이해한다” 내가 속한 세상의 반 영역 이외의 나머지 반의 이해... 참 매력적인 말이다. 결국 마음 굳게 먹고 군대(?)를 가기로 했다.

●●● 강원도 춘천, 사실 태어나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남쪽나라에서만 살아왔다. 강원도는 처음 가본 곳이다. 거기에 부모님이 과감하게 혼자가라고 하신다. 혼자 사는 사회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 첫 출근 하는 날부터 세 살짜리 아이가 되어 버렸다.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 첫 사회생활 그것도 어떤 곳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부대 생활, 거기에 집을 떠나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주위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나름대로 군무원 생활에 적응을 했다.

●●● 남자들이 말하는 이등병생활( 첫 출근하던 날 자대 배치 받은 이등병과 중대 본부에 마주보고 앉아서 긴장하고 있던 일이 생각난다), PX, 행군, 동원훈련 등 말로만 들었던 상황들이 눈앞에서 벌어진다. 생활에 적응하고 나니 보이는 일, 하는 일이 다 신기했다.

●●● 그러던 중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다. 주위에서 같이 근무하시던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그리고 부처를 정하는 그 날 ... 파견근무를 하고 있었기에 직접 그 자리에 참석을 하지 못했지만 주저하지 않고 “병무청”을 선택했다. 그때도 호기심이란 녀석이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군에 들어오기 전 병무청에선 어떤 일을 할까, 동원훈련의 집행은 어떻게 할까?

●●● 병무청으로 선택하고 춘천에서 대전으로 내려왔다. 병무민원상담소! 이 곳이 내가 군과 관련된 두 번째 일을 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상담을 하면서 입영하는 사람들, 군에 대한 고민 등을 매일 듣는다. 매일 호기심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 나의 군에 관한 호기심,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끝없이 샘솟을 것 같다. 상담소에서 상담을 하면서 병무청이란 숲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상담을 하다가 어느 날 징병검사 장에서 군 입영을 준비하는 의무자를 맞이하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때 의무자를 보게 되면 또 어떤 호기심이 생길지 모르지만 그것이 나의 삶의 활력소가 되리라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