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안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햇빛 가리개를 내려놓고도 선글라스를 쓸 법한 강렬한 빛이지만... 눈을 찡그려가면서도 그냥 두는 건 내 몸속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파고드는 햇살의 열기가 그저 좋아서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있자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이토록 힘들게 여겼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말이야..’ 어른들이 흔히들 말씀하시는 ‘살맛난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역시 자연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푸른 산속에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는 수많은 잎들과 산 발등으로 흘러가는 물줄기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하게 햇살이 들이비친다. 세상천지가 온통 에메랄드빛이다. 다이아몬드를 흩뿌려놓은 것처럼 반짝거리길 멈추질 않는다. 이토록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있자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왜 이토록 힘들게 여겼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말이야..’ 어른들이 흔히들 말씀하시는 ‘살맛난다’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역시 자연의 힘은 위대한가보다. 세상 근심을 혼자 지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던 내가 세상은 정말 살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말이다.

길은 한참을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 끝도 없다. 산과 강도 끊임없이 우리를 쫓아온다. 나도 모르게 계속 탄성이 나온다. 40여분을 달린 끝에 드디어 ‘뿌리깊은 나무’에 도착했다. 넓은 대지의 한쪽에 전원카페가 지어져 있고, 카페의 아랫길로 내려오면 대청호와 함께 상수리나무가 거대하고 예쁘게 가꾸어져 있고 주인의 잔손길이 닿은 듯해 보이는 텃밭도 있다. 절벽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앞에 강이 흐른다. 탁 트인 시야가 마음을 절로 편안하게 한다.

조그마한 조각배 하나 띄어놓고, 그 위에 드러누워 피리를 부는.. 한지 속 풍경화가 절로 눈앞에 그려진다. 얼핏 듣기로는 사유지라고 하던데, 여기 주인은 얼마나 갑부일까..하는 세속적인 생각이 끝내 드는걸 보면 난 자연인이 되기엔 한참 부족한가보다. 내 눈이 두 개인 것이 아쉽다. 사방팔방을 동시에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여 난 계속 뱅글뱅글 돌기만 한다. 이 주인은 왜 카페의 이름을 ‘뿌리깊은 나무’라 지었을까.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안 흔들리고”라는 말이 있듯이, 뿌리가 깊다는 것은 시련과 역경을 많이 겪었다는 의미일텐데 말이다.

화려한 싱글을 꿈꾸던 내가 결혼도 하고 어느덧 30살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어르신들은 아직도 한창 좋을 나이라고 입을 모아 말씀하시겠지만, 내 인생을 뒤돌아보면 순탄한 것 같으면서도 반면 그리하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가가호호 고난과 시련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없었다면 더 좋았을 고난과 시련을 겪다보니 병아리 같던 모습은 다 사라지고 없는 듯하여 살포시 상실감에도 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