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원이 나에게 와서 “과장님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라고 전해 주었으나 언뜻 보기에는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봄의 전령사는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산수유가 얼굴을 맨 처음 내밀더니 개나리, 목련, 화사한 벚꽃이 멋진 자태를 내보이는 즈음 오늘도 사무실 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경상감영공원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늘 이곳 대구경북지방병무청 사회복무과를 찾아오는 고객은 변함없이 20대의 젊은 청년이 대부분, 간혹 가다 40-50대 부모님이 자녀의 병무상담으로 들리곤 하는데 여느 때와는 달리 오늘은 70대로 보이는 허리 꼿꼿한 할아버지께서 사무실에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잠시 후 한 직원이 나에게 와서 “과장님 손님이 찾아 오셨는데요”라고 전해주었으나 언뜻 보기에는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우리사무실을 찾은 손님이기에 자리를 권한 뒤 따뜻한 차를 한 잔 드리며 찾아온 사연을 여쭈었다.

본인의 이름이 도귀락인데 병적부에는 도용락으로 기재되어 있고 또한 병적기록표에 상훈기록, 군병원 입원사실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 할아버지는 누렇게 바랜 조그만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한쪽 면에는 “유운득”이란 나의 이름을 다른 한쪽 면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분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밀며 혹여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다짜고짜로 물으시길래 저는 엉겁결에 들어 본 것 같기도 합니다만..... 하면서 얼버무렸다.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잘 모르는 것으로 판단을 했는지 자신이 누구라는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8년 전에 6.25사변에 참전했었던 병적사항과 전쟁당시 사고를 당하여 육군병원에 입원했던 사실, 그리고 명예제대를 하였는데 그 당시 받았던 훈장기록을 찾으려고 편지를 보냈는데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 나중에 알고보니 본인의 이름이 도귀락인데 병적부에는 도용락으로 기재되어 있고 또한 병적기록표에 상훈기록, 군병원 입원사실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여러번 호적부등 서류를 보완하라는 공문이 오갔으며 병적기록 정정, 그리고 중앙문서 관리단 및 육군본부 등에 끝까지 추적 조회하여 상훈기록과 병원입원기록까지 찾아서 자기에게 회신해 주어 고생했던 6.25 참전의 전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누렇게 바랜 조그만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한쪽 면에는 “유운득”이란 나의 이름을 다른 한쪽 면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분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밀며 혹여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냐고 다짜고짜로 물으시길래 저는 엉겁결에 들어 본 것 같기도 합니다만.....

♥♥♥ 그 이후 너무나 고마워 병무청에 긴 장문의 편지로 감사편지를 보냈으며 이런 공무원이 있기에 병무청이 존재할 수 있다는 칭찬의 편지를 보냈었는데 청장님한테서 그 내용을 전해 들은 적이 있느냐며 되물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었고 부산에서 살고 있어 한번도 올 기회가 없어 지금까지 보답을 못하였다고 하면서

♥♥♥ 식권 한장을 가져 왔으니 식사를 한번 하라면서 누렇게 바랜 봉투를 내 책상위에 놓고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나도 동시에 일어서면서 저는 당연히 할 일을 하였을 뿐이며 이런 것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다시 돌려 드리려고 하니 “식권 한 장”이며 “나는 다시는 병무청에 부탁하러 올 일이 없다”고, 그리고 남의 성의를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하시면서 서둘러 사무실을 나가셨다.

♥♥♥ 저는 그 할아버지의 간곡한 말을 떨쳐버릴 수 없어 뒤따라 나가며 배웅을 하면서 사무실 밖을 나가보니 그 할아버지와 또 한분의 할아버지 또래가 서 계셨고, 친구분에게 전하는 말씀이 여태까지 남자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자 분이네” 하면서 얘기를 나누셨다. 나는 멀리서 오신 분을 빈손으로 보내기가 아쉬워서 얼른 자리로 되돌아와 우리 청 행사시 기념으로 받아 두었던 타올을 다시 건네며 함께 온 분은 누구시냐고 여쭈었더니 “군에서 함께 전우였던  동료를 찾아 같이 오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그 친구 분에게 대구에는 친인척이 없는 분이니 함께 잘 지내시다가 보내드리라는 부탁도 함께 하면서 배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