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하가 왜적의 수괴 풍신수길을 독살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할아버지 양조한의 도포 속에서 발견된 12살의 양부하는 사로잡혀 대마도로 실려 가자 배에 목창(木槍)을 세우고 그 끝에 쓰기를, ‘나는 조선 양반의 자제지만 관백에게 헌신하겠다’였다.
비록 어렸지만 그는 전몰한 조부 양조한과아버지 양홍, 동래부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삼절사(三節祠)가 있다. 삼절사가 있는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은 남원양씨 집성촌인데 조선시대 남원 양씨는 부산의 대표적 양반씨족이었다. 삼절사에 모셔진 인물은 양지(梁誌), 양조한(梁朝漢), 양통한(梁通漢) 세 분인데 양부하(梁敷河 1580~1675)는 삼절사에 모셔진 양조한(梁朝漢 1530∼1592 동래향교 훈도로서 왜병의 동래성 공격때 동래향교에 모셔진 성현들의 위패를 동래성내 정원루에 옮긴 후 순절. 호조정랑에 증직)의 손자이다. 양조한은 아들 양홍(梁鴻 1555~1592 양부하의 아버지)과 함께 위패를 옮기고 위패를 지키다가 왜병이 성내에 들자 자결 순절했다. 양부하는 당시 12살이었는데, 숨진 할아버지의 도포 속에 숨어 있다가 왜병에게 발각되어 포로가 되었다.

양부하(梁敷河)는 일본에 끌려갔다가 27년만인 1619년에 39세의 장년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아왔을 때 양부하의 조모（양조한의 부인）는 돌아온 손자를 알아보지 못 했다. 조모는 처음에 “내 손자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증언자는 양구석 전 남원양씨 부산종친회장)

양부하는 96세에 이르도록 장수하는데, 그는 평생 비밀을 지키다가 죽기 직전인 95세에 밝혔으니, 풍신수길의 독살에 관계한 것이었다. 그의 증언은 조선중기 학자 임상원(任相元 1638~1697 형조판서 역임)의 문집 염헌집(恬軒集)에 전하고 연려실기술과 성호사설, 그리고 일본인 아오나기(靑柳綱太郞)가 쓴 풍태합조선역(豊太閤朝鮮役)에도 기록되어 있다.
양부하가 왜적의 수괴 풍신수길을 독살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할아버지 양조한의 도포 속에서 발견된 12살의 양부하는 사로잡혀 대마도로 실려 가자 배에 목창(木槍)을 세우고 그 끝에 쓰기를, ‘나는 조선 양반의 자제지만 관백에게 헌신하겠다’였다. 비록 어렸지만 그는 전몰한 조부 양조한과 아버지 양홍, 동래부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대마도주 종의지(宗義智)는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여러 섬을 거쳐 풍신수길이 있는 쿄토 후시미성(伏見城)에 양부하를 보냈다. 풍신수길이 양부하를 보고는, “조선 아이도 일본 아이와 같구나” 하니 양부하는 눈물을 비오듯 흘리었다. (원문에 鮮兒與日本兒同也 敷河垂頭流涕) 수길은 통역하는 왜인에게 명령하기를 “네가 이 아이의 스승이 되어 일본 말을 가르쳐라. 통달하지 못하면 너를 목벨 것이다” 하니, 통역관이 두려워하여 촛불을 밝히고 밤 새워 양부하를 가르쳐 일본어를 알게 했다. 이튿날 양부하가 일본어로 대답하므로 수길은 크게 기뻐하고 부하를 사랑하여 항상 좌우에 가까이 있게 하였다.

수 년이 흘러 양부하는 청년이 되었는데 어느 해 중국 사신이 왔다．부하는 그 말을 듣고 수길에게 청하여 만나 보았는데, 중국 사신 심유경(沈維敬)이었다. 양부하는 이후 심유경과 친해져서 수길을 죽이는 심유경의 모의에 가담하였다. 당시 왜인들이 심유경을 객관에 가두고 군사를 시켜 매우 엄중히 지키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심유경이 크게 곡을 했다. 이는 양부하가 시킨 것이었다．양부하가 풍신수길에게 가서 “나으리. 중국사람이 곡을 합니다”하고 알렸다. 의아히 여긴 수길이 심유경을 만나보기를 원하니 양부하가 음실(蔭室=비밀통로)을 만들어 객관에서 궁궐로 몰래 오게 하여, 유경과 수길을 비밀리에 만나게 했다.

유경은 좌석에 앉자 마자 환약(丸藥) 한 개를 먹었다. 수길과 두 번째 만났을 때에도 역시 약을 먹으므로，수길이 이상히 여겨 물으니 심유경은 “만리 바다를 건너오느라 습기에 상해서 병이 났으므로 항상 이 약을 먹으면 기운이 넘칩니다” 하였다. 수길이 “거짓이 아니오?” 물으니 심유경이 “감히 거짓말을 어찌 하겠소?” 하였다. 수길이 “나도 섬에서 돌아와 기운이 줄어든 듯 하니 하나 주시오”하자, 유경이 “좋지요” 하고 곧 주머니 속에서 찾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