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도나 조차도 소피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세 남자를 모두 사랑했고, 또 운명처럼 세 남자가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소피를 임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도나의 집에서는 아이를 낳을 것을 반대했지만 그녀는 가족들과 의절하고 이 작은 섬에서 소피와 알콩달콩 살며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그녀는 딸의 결혼을 하루 남겨놓고 갑자기 찾아온 세 명의 옛 애인들을 보고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홀로 힘겨운 세월을 견뎌내며 작은 여관을 힘들게 운영했던 지난 세월이 서럽기도 하거니와 그들을 사랑했던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진짜 아버지인지 가려내지도 못한 채 소피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서로간의 풀리지 않은 앙금만을 남긴 채 말이다. 하지만 결국 어렵사리 진행되던 결혼식은 끝을 맺지 못하고 중단된다. 이유인즉, 소피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결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혼하려던 것이 아니라 아버지 없이 보낸 세월에 대한 보상과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물론 남편이 될 뻔한 스카이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아직 결혼을 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서지도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결국 많은 하객들 앞에서 결혼 포기를 선언해버린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소피 대신 도나와 샘이 즉석으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샘은 과거 도나와의 짧은 만남 이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도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 20년 간을 도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도나 또한 그러한 샘을 언제나 잊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결혼을 승낙한다. 그렇게 결혼식은 생각지도 못한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

그리고 소피와 스카이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함은 물론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다시금 자신의 일상 속으로 돌아간다.
모두들 행복한 희망을 안은 채 말이다.

● 극장문을 나서며
끝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은 역시나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연기’라는 것을 거의 접하다보니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티켓이 워낙 고가에 판매되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나에게는 선뜻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연극을 보게 되면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 속에 울리는 것을 느낀다. 맘마미아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

노래 부를 때의 모습과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 등 작은 표정과 숨결 하나하나까지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은 2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매우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배우들이 모두 하나같이 이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프로 중에 프로라고 하니 보는 이의 마음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듯 최고의 뮤지컬로 인정받는 맘마미아는 나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하나를 만들어주었고, 또한 이것이 앞으로도 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영양분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