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일한 곳은 제법 큰 가게라서 거기서도 ‘업무분장’이란 게 있었는데 난 케이크 담당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케이크를 맡게 된 건 아니었다.
생케이크를 들고 조금만 거칠게 움직이다가는 금새 모양이 망가져 버려서 못 팔게 되고, 포장을 할 때도 갓난아이 다루듯이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케이크를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여간 꼼꼼하지 않고서는 헷갈리기 일쑤다. 그래서 제과점 사모님은 내가 일을 시작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나에게 케이크를 맡기셨다.
모든 장사꾼들이 그렇듯이 케이크를 팔 때도 눈치가 빨라야 한다. 처음 손님의 눈이 가는 케이크를 포착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그 케이크를 집중 설명한다. 친절한 태도로 금방 나온 케이크이니 맛이 좋을 거라고 아주 조금(?) 거짓말을 섞어 가면서 말을 잘 해주면 같은 모양의 더 큰 케이크도 십중팔구는 팔 수 있다.
한가지, 케이크를 구입할 때에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 비법을 말하자면, 무슨 케이크를 살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면, 종업원은 같은 모양의 조금 오래된 케이크를 손님이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꺼낸다. 그래서 케이크를 선택하고 바로 지갑을 열 일이 아니라, 종업원이 내가 선택한 그 케이크를 꺼내는지, 포장할 때 케이크 상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케이크 판을 잘 보면 한 쪽 구석에 점을 찍어 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 점의 개수로 케이크가 며칠 전에 만들어진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점이 세 개 찍힌 케이크를 집에 가져가서 바로 먹을 거면 상관없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한다거나, 며칠 후에 먹을 계획이라면 맛과 신선도에서 질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신경하게 고르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 한참 일하다 보면 가끔 문뜩 제과점에서 일 할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용돈이나 벌어 쓰자는 계산으로 일을 했었다. 그래서 인지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해도 ‘사모님께 꾸중 맞고 말지 뭐...’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업무분장과 병무청의 업무분장은 책임감의 크기가 다른 것 같다. 내가 이제 병무청의 직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고, 나의 평생직장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되기 때문인가?
나와 가깝게 지내는 아직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내가 먼저 직장인이 되었기 때문인지, 자꾸 “공부 안 하니까 좋지 않니?, 직장생활은 어떠니?, 할만하니?, 선배들이 잘 해주니?, 월급은 얼마나 받니? 등등 많이도 궁금해한다.
그러면 나는 그런 질문에 막상 떠오르는 말이 없어, “그냥 그렇지 뭐...특별한 거 없어....”라고 대강 말을 흐리곤 했었는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 혼자 이렇게 대답한다.

‘업무에 관한 지식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고, 선배님과의 돈독한 관계 속에서 직장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하고, 지속적인 자기 개발이 필요하고, 나 자신을 조금씩 감춰가면서 조금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도 그걸 스스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할 것 같아. 여기 처음 들어올 때 생각했던 것처럼 공부는 끝난 게 아니었어.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인가봐. 제과점에서처럼 한번 배우면 더 이상 노력할 게 없는 그런 장사도 아니고, 여기 내 직장은 잠시 머물다 가는 제과점이 아니니까 말야. 앞으로 적어도 몇 십년간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 그래야 정말 병무청사람(?)이 될 것 같거든...’

우리청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나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앞으로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또 모두들 오빠, 언니, 아버지, 어머니처럼 자상하게 이끌어주시기 때문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천천히 배워나간다면 내 직장생활은 정말 즐거울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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