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일각에서 외국의 병역 대체복무제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나는 먼저 대체복무제를 주장하는 이들이 국민을 기만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며 대만이나 기타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여느 나라처럼 안보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벌써 잊었는가. 2002년 한렝?월드컵 3, 4위전 경기가 있던 날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서해 교전을 일으키고 우리의 전우 5명을 전사케 한 북한의 남침 야욕을.

나는 청소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15세 때부터 9년 동안 유학했고 지금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으로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다. 나도 한때는 우리나라의 징병제가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제도’며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군대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우리나라의 징병제가 유행따라 변하는 그런 것과는 확연히 다른,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소위 양심적려쓩냅?신앙심 또는 교리에 따라 병역(집총)을 거부하고 대체복무를 한다면 그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모든 것을 양심에 맡기면 되는 일 가지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군복무를 하는 현실에서 자신의 종교 등을 이유로 병역 거부하는 것을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시킨다면 과연 누가 군에 입대하겠는가.
특히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대체복무란 기초군사훈련도 받지 않으며 군복무 만료 후 8년간의 예비군 임무까지 면제받는 특혜를 말한다. 이런 특혜를 바란다는 것은 자신들의 양심적, 종교적, 신앙심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존재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권리만 누리고 그에 따른 의무는 거부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사회 구성원들이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권리와 의무 할당의 형평성 혹은 평등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데 일부가 거부하는 것은 형평성/평등에 위배되는 것이며, 병역을 거부하는 개인들의 양심을 심의할 정확한 판단기준을 설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더욱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또 인간의 양심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과거 일부 국민이 병역기피를 위해 신체훼손/금품제공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부 국민이 대체복무제가 시행된 후 단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종교적, 양심적 이유를 들어 대체복무를 요구한다면 정말 양심적 이유에서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양심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고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도 중요하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200여만 명의 중무장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적 현실은 어떤 나라보다 확고한 상시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필요로 한다. 아울러 복무자원 감소/현역 복무기간 단축 등을 고려할 때 병역거부는 국민개병제에 입각한 징병제 하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특히 이를 양심에만 맡길 수 없다.

국가가 존립해야만 양심의 자유도 보장받고 인권도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생존보다 우선할 수 있는 가치는 없다. 통일 이후에도 강대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병역은 꼭 필요한 것이다.
또 안보문제는 한번의 실수가 국가의 존립마저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결코 시행착오나 연습을 통해 수정할 사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의 안전보장은 개인적 신앙이나 신념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방에 동참, 총력안보태세를 구축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방일보 4월 21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