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 그믐이면 진주 남강에는 사람이 빠져죽는다고 한다. 하다못해 새라도 빠진다는 그 날이 바로 400여 년 전 진주성이 함락되어 6만 성민이 몰살당한 날이다. 당시 6만이라면 지금의 60만에 버금가는 숫자다. 한 전투에서 이만큼의 사람이 목숨을 잃은 싸움은 일찍이 우리 역사상 없었던 일이다.

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세계의 여론이 들끓고 있는 이즈음,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인한 아픈 기억이 유난히 많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우리 전쟁사에 있어 가장 기억할만한 사건으로 400여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진주성대첩」을 꼽고 싶다. 이런 이유로 진주성을 여러 차례 둘러보았다. 촉석루에 걸려있는 3장사 시, 논개 사당, 정충단, 호국사와 창렬사를 훑었다. 낮에는 비장함이 깃들었고 밤에는 눈물이 스며들었다.

진주성이 왜 그리 중요했을까? 그것은 전란 초기 진주성이 지켜짐으로써 전라도가 보전되었고 나아가 경상우도(임진란때 임시로 구분한 이름으로, 낙동강 서쪽을 말함)가 회복되어 왜적의 후방을 짓밟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진주목사 김시민은 용맹하여 거창 사랑암에서부터 현풍전투는 물론이고 진해까지 가서 적장을 사로잡기도 하였다. 그러자 왜적은 경상우도의 중심인 진주성을 집중 공략대상으로 정하고 공격을 시작한다.
1592년 10월. 적군 3만 명 대 아군 3천 명의 대접전이 벌어지고 6일간의 치열한 공격으로 적은 패주하고 만다. 이것이 임진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진주성대첩」이다. 김시민이 승첩을 거둔 데에는 성밖의 지원군 역할도 컸다. 의령의 ‘곽재우’가 동쪽에서, 고성의 ‘최강’이 남쪽에서, 합천의 ‘김준민’이 북쪽에서 그리고 사천의 ‘정기룡’과 전라도의 ‘최경회’가 서쪽에서 김시민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초유사(招諭使, 전란때 임금의 대리인으로서 백성을 타일러 난을 수습하는 임시직책) ‘김성일’의 공이 컸다. 그는 퇴계 이황의 수제자로서 임진란 전에 통신부사로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가 진주성에 둥지를 틀면서 성주, 고령, 상주 등 낙동강 서쪽의 우도를 모두 회복하게 만들었다. 그 바탕에는 정인홍런甕� 등 남명, 조식의 후예들이 일으킨 의병의 전공이 깔려있다.
일본 스스로도 “「진주성대첩」은 임진란 중 우리 일본이 유일하게 패배한 전투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이 전투에서 장교 3백 명, 병사 3만 명을 잃었다고 분개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왜적은 명나라 군대에 밀려 서울에서 남쪽으로 퇴각하면서 조선에 와 있던 병력을 총 동원하여 진주성을 다시 치게된다. 작년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전라도를 치기 위함이었다. 당시 도요토미는 여러 차례 조선 정벌군에게 “진주성을 공략하여 적을 모조리 토멸한 후 전라도럭譯捉돋� 정복하고 성을 만들라” “서울에 집결한 병력을 모조리 투입하여 진주성을 쳐서 적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도살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당시 명나라 병사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의 도원수 ‘권율’은 진주성을 비울 것을 명하면서 모든 군사를 이끌고 남원으로 후퇴했다. 다만 전라도 출신의 창의사(倡義使: 조선때, 국란을 당하여 의병을 일으킨 사람에게 임시로 내리던 벼슬) ‘김천일’이 이에 반발하여 경상우병사 ‘최경회’와 충청병사 ‘황진’ 등 일부 병력과 함께 진주성에 남았다. 이들은 오직 전라도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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