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후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이제 지구상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지구상 곳곳에서 포성은 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은 3천 6백만 명, 이와 관련돼 학살된 숫자는 1억 1천 9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 1945년부터 90년까지 총 2천 3백 40주간 동안 전쟁의 총성이 멈춘 날은 3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가히 충격적인 실상이다.

때문에, 인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전쟁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불행한 예언은 인간의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일 지도 모른다. 이 세상 누구도 전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평시에 전쟁을 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 생명과 자국의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군대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보루로서 처음과 마지막에 자리하게 될 것이며, 군인의 존재와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강한 여자가 아름답다

얼마 전 이라크 군에 포로로 잡혔던 여군 일병이 구출된 이후 미국이 온통 <린치 일병 영웅 만들기>로 떠들썩하다고 한다. 가녀린 한 여성이 전쟁에 투입되어 적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극적으로 구출돼 나왔다는 것 자체를 드라마틱한 소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전쟁과 여성」의 관계도 달라진 여성의 모습만큼이나 많이 변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옛날 문학이나 영화 속에서 “전쟁과 여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의 현장으로 보낸 여인의 간절한 기다림이나 참혹한 전쟁과 연약한 여성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것 정도였다. 그러나, 비록 영화 속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제 여성은 괴물과 맞서 용감히 싸우기도 하고, 남자들도 받기 힘들다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G.I.Jane(미군을 가리키는 속어, 여자 군바리)이 되기도 한다.

지난 해 월드컵 열기가 한창일 때 한 신세대 여론 잡지사에서 “지금 전쟁이 나면 군대에 지원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했더니 응답자 중 여성의 55.4%는 지원할 분야를 찾아 지원한다”고 답변한 반면, 남성의 61.7%가 “생각해보고 지원하지 않겠다”고 응답해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우리들의 눈에 더불 백을 어깨에 메고 M16소총을 장착한 여군들의 모습이 생소하고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군대와 전장에서 오랫동안 소외되어 있던 여성은 더 이상 전장의 방관자로 남을 수만은 없으며,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요즘 미국에서는 전쟁에 여군을 본격 투입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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