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적은 진주성대첩의 패배를 거울삼아 거북차 등 공격을 위한 공성기계를 개발, 전투에 투입한다. 이와 함께 ‘지원병이 못 오게 해야 남강 건너까지 제압할 수 있다’ ‘공성기계를 더 갖춰야 한다’ ‘늪을 메워라’ ‘적의 화살과 총알을 소진시켜야 한다’ ‘아예 성을 헐어버려야 한다’ 등등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거기다가 왜적은 ‘성만 비우면 된다’라는 교묘한 외교술까지 써서 명과 조선 군이 진주성을 지원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10만이라는 왜적을 상대하는 진주성 수성군은 겨우 6천 명. 주장 김천일련斂捐막 황진 등은 모두 전라도 사람이고 관군보다는 의병이 더 많았다. 더구나 진주 근방의 백성들도 모두 난을 피하여 진주성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지난 번 대첩 때처럼 외곽에서 지원군만 와 준다면 능히 진주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원까지 지레 쫓겨 간 명과 조선군은 “얼빠진 노루마냥” 맹수가 동료를 짓이겨도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왜적 10만은 6개 부대로 나누어 이 ‘사마귀 같은 조그만 진주성’을 총공격했다. 하루 이틀 사흘, 화살과 화약이 떨어졌다. 임진란 최고의 맹장 황진마저 적탄에 쓰러졌다. 이튿날 왜적의 항복 권유문서가 화살에 실려 날아왔다. ‘성안의 백성들을 한꺼번에 도살하는 것은 너무나 참혹한 일이다. 장수 한 사람만 이쪽으로 보내어 강화를 청하면 성안의 군사와 백성들은 생명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화할 뜻이 있으면 戰笠(전립, 무관이 쓰던 벙거지)을 벗어서 표시하라.’
이에 대한 김천일의 회신은 단호했다. ‘나는 본시 싸워서 죽을 각오뿐이다. 그러나 너희들은 명심하라. 이제 곧 명나라 병사 30만이 추격하여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 하나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적군은 엉덩이를 까거나 팔뚝을 걷어붙이고 철판을 두드리며 악을 썼다”.(출전 :안방준의 ‘전주서사’) 성안의 장병들과 백성들도 맞고함을 지르며 최후까지 성을 지킬 것을 다짐했다. 성이 함락될 때까지 누구 하나 항복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왜적의 손실이 너무 커 진주성 함락 후 섬진강을 건너 멀리 나가지 못하고 돌아옴으로써 결국 전라도지역은 무사히 보존될 수 있었다.

6월 그믐, 적의 거북차에 밀려 성이 무너지면 성 안에 있던 6만의 생명들이 모두 도륙을 당했다. 슬픈 진주성이었다. ‘사창 큰 창고로 모여라. 그러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왜적은 살아남은 성안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살기 위해선 지푸라기라도 잡을 판이라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큰 창고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왜적은 자물쇠를 채우고 창고에 불을 질렀다. 阿鼻叫喚의 비명이 바깥에까지 새어 나왔다. 이를 멀찌감치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던 왜적들은 그 처절한 절규를 들으며 ‘손뼉을 치고 좋아했다’ 한다. 또 여자 하나를 잡으면 3, 40여 명이 서로 강간하고는 죽여버렸다. 조선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적의 만행에 분개하고 치를 떨었으니, 충절을 지키다가 죽어간 이가 어찌 논개뿐이겠는가?
진주성전투 이후 명과 일본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강화를 맺게 된다. 그러나 조선 8도를 각 4도씩 나누어 다스리자는 조약내용에 조선 측이 결사 반대해 결렬되고 전쟁은 다시 정유재란으로 이어진다.
임진란은 장장 7년 여에 걸쳐 계속되었다. 이 전쟁은 국내 정치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끼쳐 명과 일본에서는 통치왕조가 바뀌게 된다. 조선만이 겨우 그 명맥을 유지했으나 얼마나 큰 국력의 손실을 입었는 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임진란은 국방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역사적 사건이다. 왜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통신사의 보고를 무시했던 조선 조정의 안이한 태도가 전쟁의 참화를 불러들인 것이다.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던 부사 김성일은 나중에 그 잘못을 참회하고자 혼신의 노력으로 진주성을 지켰다. 그는 성이 함락되기 두 달 전인 4월 그믐에 진주성에서 눈을 감았다. 그가 비록 속죄의 심정으로 목숨을 바쳐 싸우긴 했지만, 그 많은 무고한 백성들의 비참하고 참혹한 주검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400년하고도 10년이 더 지난 오늘, 나는 김시민런蛙돛� 장군 등이 모셔진 창렬사 앞에 서서 진주성대첩과 진주성전투의 영웅들을 향해 두 손 모아 합장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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