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병무민원...”
“(말 딱 끊으며) 거기 병무청인가?
“예, 말씀하십시오.”
“나 우리 애 애비 되는 사람인데 우리 아들이 그거... 재검을 받으려고 하는데 말야.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경우 반말은 기본)”
“아, 예. 아드님께서 몸이 안 좋으신가보죠? 혹시 아버님, 아드님께서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다거나 입원치료를 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것은 아니고... 얘가 허리가 좀 안 좋아. 이거 이런데 군대를 가야 되나? 이 ○○ 아들은 군대 잘도 안 가던데, 내 아들은 이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군대를 가야 돼! 아가씨 한번 말해 봐요.” “아...(살짝 당황되기 시작) 몸이 많이 안 좋으시면 재검을 신청해 보실 수 있거든요. 그러시면...”
“그러니까 몇 급 정도 나와?”
“단순히 허리가 아프시다는 거 정도로는 제가 몇 급이 나온다고 딱 잘라서 말씀드리기는 어렵구요, 일단 병무청 지정병원...”
“(본격적으로 목소리 커지며)아니, 뭐가 어떻게 나올지를 알아야 병원을 가든 말든 할 거 아냐! 있는 사람들은 이리 저리 다 빠져 나가고 없는 사람들만 죽어라 고생하라 이거야, 뭐야!”
“(얼굴이 붉어지며 심장 마구 뛰기 시작)아니요, 아버님. 그런 게 아니라요... 허리가 아픈 경우에도 여러 가지 병명이 나올 수 있잖아요. 정도에도 다 차이가 있구요. 단순하게 아프다는 것만으론 저희도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이거 뭐 이런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아가씨 뭐야! 야, 윗사람 바꿔!”
“......”

어찌 보면 다행인 것이 이러한 고객일수록 정말로 윗사람을 바꿔주면 똑같은 설명인데도 군소리 없이 듣고는 다소곳이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이런 고객을 상대하게 되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참기도 어렵고, 상담원을 가장 분노(?)에 떨게 하는 유형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이해해줘서 고맙고 상담원으로서의 내 자질이 부족했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론 고객들이 모두 짜증스럽고 무례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고객들은 예의바르고 이성적인 편입니다. 때로는 무의식중에 드러난 나의 사무적인 태도가 너무나도 부끄러울 만큼 상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그동안 나와 전화를 통해 혹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던 그 수많은 고객들이 나와의 상담에서 느꼈을 감정들은 곧 병무청의 인상이 될 것입니다. 정신없이 상담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실을 잠시 잊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식당에 예약을 하기 위해 혹은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전화를 하게 될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 이 식당은 아주 친절 하구나.’, ‘음, 이곳은 너무 사무적이군.’이라고 정의를 내리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병무민원상담소는 병무청의 마스코트 쯤 되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이 “병무청”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고 이야기 하게 되는 곳, 처음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가장 첫 해답을 얻어가는 곳이니까요.
이제 겨우 개소 2주년을 막 넘겼지만, 그래서 실수도 많고 피치 못할 시행착오도 겪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곳 병무민원상담소에서 얻게 된 수많은 경험들은 분명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순간순간 힘든 일도 있겠지만 늘 최선을 다해서 상담에 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병무민원상담소는 민원인들이 병무청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병무청의 얼굴이니까요.

자! 이렇게 우리의 마스코트, 병무민원상담소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