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유년기를 보낸 50대의 골목길에 대한 추억은 각별하다. 골목길은 항상 왁자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세상이었다. 뛰어놀 수 있는 마땅한 놀이터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골목길은 구슬치기, 줄넘기 등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이 집 저 집 굴뚝에서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를 때쯤이면 어김없이 “철수야! 영희야! 아이들을 찾는 목소리가 동네에 울려 퍼지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 고향에 가 보면 아이들 보기가 어린 시절 보물찾기만큼이나 힘들다. 도대체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산업 인력뿐만 아니라 국방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하고 대학 지원자의 감소로 인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같은 직접적인 것에서부터 노동력 부족 → 노동생산성 감소 → 소비와 저축의 감소 → 경제성장률 둔화 →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경제 악순환의 첫 고리가 되기도 한다.

최근 유엔은 “한국 내에 저출산 기조가 계속되면 현재의 결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국외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를 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이국인 근로자가 들어와 일을 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불법체류자까지 합치면 수십만 명이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민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출산은 국방력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방력이 병력 규모로만 평가되지는 않지만 일정한 규모의 병력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공군력이 우세해도 전투를 마무리 하는 것은 육군이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입영대상자의 수가 급감하고 있어, 현재처럼 매년 32만 명을 징집할 경우 2025년에는 무려 1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성들도 군대에 가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교육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2001년 4백만 명이 넘던 초등학생 수가 2030년에는 250만 여 명으로 줄고, 2050년에는 2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전국에서 350여 개에 이르는 초등학교가 폐교됐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초등학생 수가 줄어들면 이들이 자라서 진학하는 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교되는 경우도 줄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저출산의 여파는 병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병의원 컨설팅 전문 업체인 ‘플러스클리닉’이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서울지역에서 폐업한 병의원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아과 5.2퍼센트(개업률은 4.0퍼센트)와 산부인과 4.5퍼센트(개업률 2.9퍼센트)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개업률을 훨씬 웃도는 비율로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