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병무민원상담실에서 처리한 사이버 상담건수는 250만 여 건, ARS를 제외한 직접상담 건수는 130만 여 건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수치는 지방청 민원실을 통한 전화상담이나 방문상담자 수는 제외한 것으로 병무청의 민원처리량은 실로 방대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민원상담의 양이 많은 이유는, 병역의무라는 것이 국민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의무이고, 의무자들이 입대를 위한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찾는데 그만큼 신중을 기하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병역의무자 대부분은 자신의 병역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 못하고 수 차례에 걸친 전화나 인터넷, 혹은 방문 상담과정을 거치고 있는 실정이다.

입영절차에 관한 직접적 상담 외에도 가정형편이나 갖가지의 사연들을 호소하는 등 병무 민원의 유형은 다양하다. 물론 이 중에 상당수는 사정은 딱하지만 현재의 법규정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도와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리하게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도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민원을 처리하는 우리의 자세라고 할 것이다.

보험이나 가전제품의 판매왕들을 보면 손님이 안 된다고 해서 결코 그냥 물러나는 법이 없다. 또한 물건을 한 번 파는 것으로 그 손님과의 관계를 끝내지도 않는다. 가족의 생일을 챙기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홍보를 하며 개인의 가려운 곳까지 미리 알아서 긁어주는 등 끝없이 고객관리를 하며 인간적 신뢰를 쌓아간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상대방이 요구하기 전에 해결방안을 찾는다면 분명 민원인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해 나온 것이 [병역설계사 제도]이다. 입대 계획을 세우고도 구체적인 절차나 방법을 몰라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문의하는 병역의무자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병역설계사는, 병역의무자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별 입영희망시기, 적성, 학력, 전공 등을 고려해 원하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입대할 수 있도록 병역의무이행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설계해 준다.

설계 이후에는 관련규정, 절차, 구비서류, 접수시기 등을 의무자의 요구가 있지 않아도 먼저 알려주는, 그야말로 “입영부터 입대까지 책임지는” 맞춤식 병역서비스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처음 창안한 인천·경기지방병무청에서는 병역설계사 제도의 운영을 위해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고객의 모든 병역설계 사항을 등록함으로써 담당 설계사가 부재 중에도 정확한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하였고, 병역의무자에게 사전에 안내될 내용과 일자를 알람 등록하여 정확한 시기에 안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병무청은 병역의무자의 선택에 의한 자발적인 병역의무이행을 위해 입영일자 및 입영부대 본인선택 제도, 육군특기병 제도, 동반입대병 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제도를 자신의 인생설계에 맞춰 적절히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병무행정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때 의무자가 짧은 시간에 이 모든 정보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며 이런 정보를 알고 있는 병무직원이 의무자의 병역설계사가 되어 성실한 안내자 겸 조언자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병역설계사 제도가 처음 인천·경기청에서 운영된다고 하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무자와 직원간의 상담이 자칫 은밀한 유혹을 부추기는 제도로 악용돼, 오히려 또 다른 비리를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대상자가 일단 선정되면 접수와 등록, 설계 등 전 과정이 전산으로 정리돼 기록으로 남게 되므로 오히려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이제 병무직원의 자질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은 자신감이 있기에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행정서비스의 시대를 살고 있다. 공무원은 과거처럼 민원인의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는 데서 그쳐서는 안되고,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불편이나 불만사항을 먼저 읽고 해결해주어야만 하며, 이렇게 될 때 비로소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병역설계사 제도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분석하고 판단해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다가감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는 차원 높은 서비스행정을 실현하고,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이 땅에 건강한 병역문화가 꽃 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