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오르면서 나의 비상은 시작된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을 풍경에 흠뻑 취해본다. 1시간 여 만에 도착한 13공수특전여단. 나는 충북지방병무청 병영체험 1기 교육생이다.
너무나 단조롭고 딱딱한 건물을 둘러싼 가을 풍경에 풍요로움을 느끼며 버스에서 내렸다.
코끝에, 눈가에, 옷깃 속에 가을바람과 가을풍경이 파고들어 왔다.

파란가을 하늘 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감,
언덕에 펼쳐진 노란 은행잎,
거리에 나뒹구는 황금물결의 낙엽들,
산야엔 붉은 단풍이 짙어져 있다.

몸에 맞지 않는 검은 베레모와 군복을 입는 것으로 나는 특전사 신병이 됐다. 입소식을 하는데 검은 선글라스를 쓴 몸짱 조교님들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이때부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준비되지 않은 몸과 마음에 군인정신이 옮겨져 왔다.
“단결!” 우렁찬 경례소리와 우리의 단아한 폼. 서너 번의 연습만 했을 뿐인데 그럴싸하다. ‘나’와 ‘개인주의’에 익숙해 있었는데 제식훈련을 통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함양과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동료애를 키워갔다.

유년시절 한번쯤 경험한 PT훈련은 기본체력강화 훈련으로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단결력을 결속시켜줬다.
쪼그려 뛰기, 높이뛰기, 새우 튀기, 온몸 비틀기, 팔벌려 높이뛰기.
처음엔 ‘열외’라는 조교의 단호한 호령에도 키득키득 웃음만 났는데 3번, 10번 13번, 20번… 혼미했던 정신세계가 어느새 강건하게 되어가고 의지력을 굳게 했다. 동료들의 얼굴에 구슬땀이 흐르고 군복을 적신 땀방울은 정말 아름다웠다.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하게 우리를 지도해 주신 조교님들 덕분에 어느덧 ‘열외’라는 소리에 강인한 의지와 단결력,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 막타워!!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11m 높이에서의 고공낙하 점프훈련에 두려움 없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충북지방병무인들. 떨림보다 설렘이 강했던 막타워에 오르는 계단이 잠깐의 경계도 늦추지 못하도록 경사져 있다. 우리의 안일함을 질책하고 긴장을 유지하도록 말이다.
“나를 봐라, 난 할 수 있다, 내가 최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에너지가 묻어 나온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정말이지 모두들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