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은 일반적으로 국민들에게 원활한 행정 서비스를 선사하는, 그리고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맞게 찾아주고 적극 봉사하는 공공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고객의 입장에서 마련된 여러 행정은 편익 증진 및 복지 향상을 통해 국민이 좀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과연 과거의 공공기관들의 민원 처리 시스템은 어떠했을까? 자신들이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망각한 채 경직되고 딱딱한 이미지와 행정 처리로 국민들에게 권위적인 이미지만을 심어준 게 아닐까?
2002년 7월 이러한 궁금증과 불만의 폭을 다소 줄일 수 있는 곳이 병무청 안에 설치되었다. 전국 지방병무청 곳곳에 산재되어 있던 민원상담을 하나로 통합, 전문화하여 처리할 수 있는 병무민원상담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곳은 전화를 이용한 안내 상담 서비스(1588-9090)와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상담 기능을 수행하여 민원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국가 기관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을 주는 스마일 서비스’를 구현하는 병무청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설치 효과에도 불구, 병무민원상담소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존재의 당위성과 상반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의 국정과제인 ‘작은 정부 구현’이 몰고 온 지방자치단체 병무조직이 폐지되면서 시·군·구, 읍·면·동 총 3,968개 기관 5,100명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어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 파장이 불러온 업무 공백과 민원인의 불만 증가라는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평소 병무행정의 독자적인 수행과 혁신이라는 목표가 세워지지 않았다면 애당초 병무행정을 수행하는 콜센터의 필요성은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콜센터 직원을 강제 차출하라니요? 가뜩이나 시·군·구 병무조직 폐지 때문에 지방청 업무량과 민원인 통화량이 늘어나 힘들어 죽겠는데, 그나마 있는 직원을 또 데려간단 말씀이십니까?”
병무행정 완전 독자수행 체계를 확립해야 하는 2002년 7월 1일을 불과 몇 달 남겨 놓은 어느 날, A지방병무청장은 본청으로부터 공문서 한 통을 받았다. 병무청 내에 콜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니 조속히 인력 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사람이 아쉬운 판국에 오히려 빼가다니 콜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지방청 민원 전화가 줄까? 그 인력을 지방청에 배치하면 상담에 대한 부담이 더 줄어들텐데.’
본청은 물론 대부분의 지방청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징병검사, 병력동원훈련소집 등 각종 병역의무 부과 통지서 교부 등 기존의 지방자치단체 병무조직이 했던 업무를 이양받은 지방병무청에서는 당연히 인력 차출의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청의 지시 사항이니 만큼 무조건 거부할 수가 없던 지방청은 일단 상담소 근무자를 공개 모집에 나섰다.

“청장님, 왜 저보고 가라고 하십니까? 제가 일을 잘못하기라도 한 건가요? 전 싫습니다. 다른 사람을 보내십시오.”
지방청장들의 우려대로 희망자는 거의 없었다. 자신들이 하던 고유의 업무를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낯선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거니와 상담소 직원이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친절 소양교육이 근무시간 이외에 이루어져 특별한 열의와 관심이 있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지원하기가 힘든 여건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