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의 고단함을 맛있는 저녁으로 위로받고 싶었는데 나의 옹졸함이 들켜 버린 걸까? 다양한 가치관과 생활양식이 공존하는 고충격으로 조직에서 여러 가지 이질적인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며 첫술에 불러오는 배를 외면했다. 잔반을 남기면 더 고된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밥 한 톨까지 사랑해줘야 했다. 그렇게 내 뱃속에서의 요동도 군기로 잠재웠다.
에고고고. 팔이야, 다리야. 차가운 내무반 방바닥에 등을 깔고 누웠다.
피곤함에 눈은 감기는데 얄미운 우리의 선글라스 조교님 단 10분의 여유를 안준다. 그토록 피해가고 싶었던 완전군장 야간산악행군을 알린다. 20kg 완전군장에 팀별 손전등 하나 달랑 들고 산악행군은 시작됐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모습, 기다려주는 모습, 격려해주는 모습. 꼭 잡은 손에 땀이 배어 미끄러지는 손끝을 꽉 잡아주던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지만 극복되지 않는 고통은 없다고 했다. 시련과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고통은 피하는 방법보다 도전하여 극복하는 지혜를 야간산악행군을 통해 깨달았다. 한계상황에서 좌절이나 도피가 아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와 행동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극기심 고취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함과 동시에 야간산악행군은 화합, 단결, 도전, 극복, 희망을 갖게 해주었다. 극한의 도전에 성공한 교관과 조교의 생생한 교육은 ‘나’를 발견하고, 서로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

“신병은 항상 춥고 배고프다.”
아니, 그건 옛말이다. ‘나’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수용하고 포근히 감쌀 수 있는 사랑을 나누는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
극복되지 않는 고통은 없다고 한다. 사람은 시련과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병영체험을 통해 고통을 피하는 방법보다 도전하여 극복하는 지혜를 얻어온 것 같다. 비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비상은 위기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거치지 않고는 하늘을 날 수 없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에너지의 축적이 필요하다.

비상은 준비된 자의 몫이다.
미래도 준비된 자의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종해청장님 병영체험 1기 창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과 목소리와 성격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통해 삶의 다양함을 배우고 나 자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료들 서로에게 준 비난, 충고, 웃음, 칭찬, 격려, 그리고 남모르게 흘려진 눈물 모두 삶의 양식이 되고 나의 성숙에 보탬이 되었음을 새롭게 깨달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