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책임져, 알피]가 다소 지적인 영화라면
은 감동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은 우리 영화입니다.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써브쓰리(sub3 :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내에 완주하는 것) 성공기인데요, 재미도 재미지만 영화적 기법면에서도 칭찬해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10여 년 전 장이모의 [홍등]과 [인생]을 보며 거기에 나오는 소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응용하는 그 치밀함에 감탄을 보낸 적이 있는데, 말아톤은 더 치밀하면 치밀했지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 내심 반가웠습니다. 사진 찍을 때 웃기, 초코파이, “초원이 다리는?”이라는 대사, 비 바람 등 한번 나온 대상들과 대사가 마치 잘 짜여진 그물처럼 영화 전편을 통해 반복되고 변이되며 웃음과 감동, 아픔을 유발하고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이렇게까지 대사 한 마디, 소품 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우리 영화가 있었던가? 생각해 볼 정도였습니다. 더욱이 신인감독의 작품이라 하니 더욱더 기대가 됩니다.

이 작품에서도 “내 입장에서, 혹은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느냐?”는 류의 대사가 여러 차례 나옵니다. 결국 우리가 인간 관계에서 갖는 갈등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장애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애환과 자기 함정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내 자식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20년이 걸렸다”는 엄마의 뼈아픈 고백에서는 어떡하든 자식을 제대로 키우고 싶었던 엄마의 더할 나위없는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포장 아래서라면 모든 것이 다 덮어질 수 있다고 믿는 부모의 일방적인 생각이 종종 자식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것을 우리는 보곤 합니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완벽할 지 몰라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방법까지도 완벽하기는 어려운 게 사람의 일이니까요.

그래서 정신분석학자이자 사상가인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이란 남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런 자세는 결코 쉽게 배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사상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이들은 “사랑한다는 건 결국 자기 열정의 발산일 뿐이다.”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사랑이란 감정이 아무 때고 아무한테나 생기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소중한 감정과 경험임에는 틀림없다는 소견입니다. 이제 누구 때문에 화가 나게 되면 “네가 잘못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너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화가 나는 거야.”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어야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는 명성답게 재미있는 연극입니다. 7년 동안 2100여 회를 넘게 공연하고 있답니다. 내용은 두 집 살림을 하는 존 스미스라는 택시기사가 작은 강도 사건으로 인해 자기의 생활이 드러나게 될 위험에 처해지자 거짓말을 시작하면서 하루 종일 일어나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엮은 것입니다. 이 연극은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100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라는 격언의 교훈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거짓말에 따른 주위 사람들의 오해와 이에 따른 예측 불허의 해프닝, 그리고 또다른 거짓말이 필요하게 되어 결국 하루 종일 거짓말로 일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보여지는 숱한 촌극 덕분에 관객들은 1시간 30분의 공연시간 내내 웃음 속에 던져지게 되구요. 억지스럽지 않은 탄탄한 구성에, 웃음을 거둘 새도 없이 쏟아지는 기상발칙(?)한 거짓말들, 능숙한 배우들의 표정 연기 등은 정말 일품입니다. 특히 헐렁개비 같은 스탠리가 친구 존을 위해 망가지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지요.

소수의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이왕 소개하는 김에 락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함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