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엔 또한 동서양과 고금을 넘나드는 잡박한 지식과 유머가 곳곳에 들어 있어 재미를 더해 준다. 훗날, 이 책에 실린 유머들만 섭렵해도 이 시대 한국사회가 어떠했나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BC 100년 경 여성의 평균수명이 25세에 불과했으나 2001년 여자의 평균수명은 그보다 3배가 늘어난 80세란다.
그러니 돌발적 상황이나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80세까지 산다는 걸 감안해 인생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진 80이라는 나이가 솔직히 아득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런 우리의 속내를 눈치챈 듯 저자는 버나드 쇼의 묘비에 쓰여진 글귀를 인용해 재치 넘친 경고를 한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우물쭈물 하는 순간, 노후는 소리 없이 우리 발 밑으로 기어 들어가 죽지 못해 사는 악몽 같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뜻으로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한껏 다잡게 만든다.

종남 전 통계청장은 2년 전 우리 청 직장교육 시간에 초청돼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란 강의로 많은 사람의 인생 계획표를 수정하게 만든 분이기도 하다. 그때, 강의가 끝난 후 퇴직을 앞둔 나이 지긋한 과장님은 자식과의 관계 정립을 새로이 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황혼을 위해 노후 연금액을 더 늘려야겠다고 다짐하던 동료직원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무엇보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알려주고 미래의 모습까지 예측해 볼 수 있게 한 인생설계의 전략서이자 우리가 꿈꾸는 [멋진 신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안내서가 “통계”를 기초해서 쓰여졌다는 점에서 참으로 놀랍고도 새롭다.

그 날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무심히 보아왔던 통계청 직원들을 새로운 눈으로 대하게 되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우리는 흔히 미래를 알기 위해 점집을 찾거나 철학관에 가 사주팔자를 점쳐본다. 이 사주팔자 또한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시행착오와 경험이 하나씩 축적된 통계의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사주에도 정해진 큰 운명의 흐름은 알 수 있으나 구체적인 모습은 알 수 없다. 결국, 각자가 어떤 정보로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고 현실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되는데 앞날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눈에 보이는 통계를 자신의 인생설계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여기에 이 책은 많은 생각을 새롭게 하게 하는 안내서의 역할도 성실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