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괴물]이 있다면 일본에 [일본침몰]이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엄청난 흥행 소식과 일본이 가라앉는다는 그야말로 자극적인 소재로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끈 [일본침몰]은 거액을 들인 재난영화라는 점, 컴퓨터그래픽에 엄청나게 의존했다는 점 등 [괴물]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른 점은 재난의 이유가 괴물이 인재라면 일본침몰은 자연재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괴물은 단 몇 씬으로 괴물의 정체를 밝히고(이것은 괴물의 정체가 한참 뒤에 밝혀지는 기존 괴물영화의 관습을 깨뜨린거구요) 문제 해결로 즉시 들어갈 수 있었던데 비해 일본침몰에서는 급박함을 알리는 개연성을 위해 지구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설명에 알지도 못하는 일본 열도 지명이 잔뜩 나열됩니다. 아마도 영화를 재미없게 보았다는(재미있게 보았다는 관객도 꽤 됩니다) 관객은 직접적인 우리 문제가 아닌데다 이런 귀에 설은 단어들과 설명이 길어지니까 지루하게 느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45억여 년 된 지구의 역사에서 지금의 모양을 이루는 동안 지구는 수없이 지도를 수정해 왔습니다.
중국은 2억 5천만여년 전에는 북부와 남부가 바다로 갈라져 있었고, 1억 년 전의 남미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은 좁은 해협으로 갈라져 있었다고 하지요. 기실 그 속도가 너무 느려서 모를 뿐 지구는 매일 성장하고 퇴화하고 변화하는 거대한 생물체입니다.
지각변동은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더 급박한 사정일 수 있지만 세계인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거대한 쯔나미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영화를 재미없게 보았다는 분들의 불만 중 하나가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이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괴물에도 그런 면은 있습니다.
단지 속도가 빠르고 괴물이 자주 출현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또 우리 거라 쉽게 빨려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또 주인공들의 사귐에 대해서도 비판이 만만찮은데 남자 주인공의 희생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려다 보니 사랑이야기가 길어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괴물은 가족 문제니까 감정을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템포가 빠를 수 밖에요. 요 몇 년 동안 천만을 넘는다는 우리 영화들 대부분이 연애 얘기는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에서 추측해 볼 수 있듯이, 우리 관객들은 사랑이야기에는 큰 흥미가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남자가 보는 영화라야 천만이 넘는 현실을 볼 때, 우리 나라 남성들의 정서는 흥행몰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은 성정이 영화감상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탐색하고 자기 감정을 속이며 진행되는 연애문제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정을 느끼게 하는 가족애나 우정 이야기가 인기를 얻는 것 같구요. 오래 전 한 평론가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세계적인 작품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대하소설임에도 작품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가 없어서라고 했는데, 세계야 어쨌든 지금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끼워넣기 식 사랑 이야기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괴물]에도 문제점은 많습니다. 하더라도 새로운 장르 개척으로 한국 영화의 발전에 한 몫한 점만큼은 크게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